[트래블아이=최치선 기자] 태안은 이번엔 서두르지 말자고 말한다. 반나절 바다 보고 돌아가는 여행이 아니라, 일주일쯤 눌러앉아 꽃과 바다, 치유와 로컬의 시간을 천천히 누려보라는 제안이다. 태안군이 장기 체류형 관광을 겨냥한 ‘태안 일주일 살기’ 참가자를 본격 모집한다. 충남 외 지역에 거주하는 만 19세 이상 성인을 대상으로 3월 16일부터 4월 8일까지 약 25팀을 뽑고, 선정된 참가자는 4월 20일부터 5월 31일 사이 6박 7일 동안 태안에 머물며 필수·선택 관광 과제를 수행한 뒤 SNS 등에 여행 후기를 남기게 된다.
이번 사업이 눈길을 끄는 건 지원 방식이 꽤 현실적이라는 점이다. 군은 숙박비를 하루 5만원, 식비·교통비를 하루 2만원씩 지원하고, 1인당 체험비 10만원과 여행자보험비 2만원도 더한다. 사후 정산 기준으로 1인 팀은 최대 56만원, 2인 팀은 최대 68만원까지 받을 수 있다. 여행의 비용 부담을 덜어주는 동시에, 참가자가 태안을 직접 경험하고 자기 언어로 홍보하게 만드는 구조다.
태안군이 노리는 것은 단순한 방문객 숫자보다 체류 시간이다. 여행 범위는 충남 전역으로 넓게 열어두되, 정산을 받으려면 전체 청구 금액의 50% 이상을 태안군 내에서 결제해야 한다. 결국 숙박과 식사, 체험 소비가 실제 지역 상권으로 이어지도록 짜인 셈이다. 짧게 들렀다 떠나는 여행보다, 머무는 시간이 길수록 지역경제의 온기도 오래 남는다.
시기도 절묘하다. 참가 기간은 ‘2026 태안국제원예치유박람회’와 맞물린다. 박람회는 4월 25일부터 5월 24일까지 꽃지해안공원 일원에서 열리며, 원예와 치유를 주제로 내세운다. 봄꽃이 무르익는 시기에 태안을 찾은 참가자들은 바다와 정원, 치유가 겹쳐지는 장면을 가장 선명하게 만날 수 있다. 태안군이 박람회 방문을 핵심 과제로 엮은 이유도 분명하다. 지역의 대표 이벤트를 체류형 관광과 붙이면 파급력은 훨씬 커지기 때문이다.
여기에 태안해양치유센터도 이번 프로그램의 또 다른 축이다. 해양수산부는 이 센터가 2025년 11월 개관식을 가진 뒤 시범 운영을 거쳐 2026년 3월 정식 개관 예정이라고 밝혔고, 이후 지역 보도에서는 2026년 1월 정식 운영 시작 소식도 전했다. 피트와 소금, 염지하수 등 태안의 해양 자원을 활용한 치유 프로그램이 강점으로 꼽힌다. 바다를 보는 여행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몸을 쉬게 하고 회복하는 여행으로 확장하려는 태안의 방향이 이 시설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원래도 태안은 머물 이유가 많은 곳이었다. 꽃지의 노을, 안면도의 숲, 해안길의 바람, 제철 해산물의 맛이 이미 충분히 강했다. 하지만 이번 ‘일주일 살기’는 그 익숙한 자원을 다른 방식으로 다시 묶는다. 바다만 보고 돌아가는 대신, 일주일 동안 천천히 걷고 먹고 쉬고 기록하게 만든다. 여행지가 아니라 잠시 살아보는 곳으로 태안을 제안하는 셈이다. 그래서 이번 프로그램은 지원금보다 ‘시간의 방식’을 바꾸는 데 더 큰 의미가 있다.
태안은 아름다운 곳이지만, 이번엔 그 아름다움을 급히 소비하지 말자고 한다. 6박 7일 동안 머물며 바다를 보고, 꽃을 만나고, 치유를 체험하고, 지역의 시간을 자기 것으로 만들어보라는 권유다. 올봄 태안은 잠깐 다녀오는 여행지보다, 잠시 살아보는 여행지로 더 오래 기억될 가능성이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