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아이=김보라 기자] 잡초만 무성하던 빈터에 봄이 먼저 내려앉았다. 경주 안강읍이장협의회가 북경주행정복지센터 주변에 방치돼 있던 공터를 ‘황금 미니꽃정원’으로 바꾸는 작업에 나서면서다. 크지 않은 공간이지만, 이런 변화는 늘 예상보다 오래 남는다. 주민이 매일 오가는 길목, 행정복지센터를 찾는 사람들이 가장 먼저 마주하는 풍경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안강읍이장협의회는 3월 12일 자발적으로 ‘아름다운 안강 만들기 사업’에 참여해 북경주행정복지센터 인근 유휴공간을 정비하고 꽃씨를 뿌리는 활동을 펼쳤다.
이번 작업은 거창한 개발 사업이 아니라, 사람 손으로 마을의 인상을 다시 쓰는 일에 가깝다. 그동안 잡초만 우거졌던 공터를 이장들이 직접 정리하고, 트랙터로 땅을 고른 뒤 보라색 유채 꽃씨를 하나하나 뿌렸다. 삭막했던 땅에 계절을 심는 순간이었다. 경주시 공식 소식에 따르면 이번에 조성된 황금 미니꽃정원은 앞으로 북경주행정복지센터를 찾는 주민과 방문객에게 계절의 변화를 전하고, 잠시 발걸음을 멈춰 여유를 느낄 수 있는 공간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 작은 꽃정원이 더 눈길을 끄는 이유는 장소성 때문이다. 행정복지센터 주변은 마을 주민들에게 가장 생활적인 공간 가운데 하나다. 민원을 보러 오고, 각종 행정 서비스를 이용하고, 오가며 얼굴을 마주치는 일상의 중심부에 가깝다. 그래서 이곳의 풍경이 바뀐다는 것은 단순한 미관 개선 이상의 뜻을 가진다. 주민들에게는 익숙한 일상의 공기를 조금 더 부드럽게 만드는 일이고, 외지인에게는 안강이라는 곳의 첫인상을 달리 보여주는 일이다. 이번 사업이 ‘아름다운 안강 만들기’라는 이름을 달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안강읍이장협의회는 이번 활동을 일회성 행사로 끝내지 않을 계획이다. 경주시 공식 게시물에는 협의회가 앞으로도 유휴공간을 활용한 환경정비와 꽃정원 조성 활동을 통해 아름답고 살기 좋은 안강 만들기에 지속적으로 힘을 보탤 예정이라고 적혀 있다. 버려진 공간을 정원으로 바꾸는 일은 겉보기에 소박하지만, 쌓이면 마을 전체의 인상을 바꾸는 힘이 있다. 길 하나, 공터 하나, 화단 하나가 달라질수록 생활권의 표정도 조금씩 달라진다.
경주는 이미 꽃과 정원, 경관을 도시 이미지의 중요한 축으로 키워온 곳이기도 하다. 경주시의회 회의록을 보면 지역에서 ‘황금정원나들이’ 같은 꽃축제와 경관 사업을 연계하려는 논의가 이어져 왔다. 꽃은 가장 비용이 적게 들면서도 시민 체감 효과가 큰 콘텐츠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이다. 물론 안강의 황금 미니꽃정원은 대형 축제와는 규모가 다르다. 하지만 도시의 브랜드가 늘 큰 프로젝트만으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런 생활권 안의 작은 정원이 주민에게는 훨씬 직접적인 위로가 되곤 한다.
이번 활동은 주민 주도의 힘을 다시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하다. 정연석 안강읍이장협의회장은 방치된 공간이 꽃이 피는 정원으로 바뀔 모습을 떠올리며 보람을 느꼈다고 밝혔고, 주민들과 방문객들이 꽃을 보며 잠시라도 마음의 여유를 느끼길 바란다고 전했다. 최원학 북경주행정복지센터장 역시 지역을 아끼는 마음으로 뜻을 모아준 협의회에 감사를 표하며, 센터를 찾는 주민들이 꽃이 피어나는 공간 속에서 따뜻한 봄의 기운을 느끼길 바란다고 밝혔다. 행정과 주민이 함께 공터를 생활 풍경으로 바꿔가는 모습이어서 더 반갑다.
사실 마을의 품격은 거대한 랜드마크보다, 이런 일상적인 장면에서 먼저 드러난다. 아무도 돌보지 않던 공간이 꽃이 피는 자리로 바뀌고, 삭막한 동선이 잠시 눈길 머무는 장소가 될 때 주민들은 자기 동네를 조금 더 다정하게 느끼게 된다. 관광지의 화려함과는 다른 방식이지만, 생활 속 풍경을 다듬는 일은 지역의 체온을 높인다. 경주 안강의 이번 정원 조성은 ‘얼마나 큰가’보다 ‘얼마나 가까운가’에서 의미를 찾게 한다. 누구나 지나치던 공터가, 이제는 계절을 기다리게 하는 장소가 된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