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아이=김보라 기자] 순천이 다시 한 번 큰 그림을 꺼냈다. 순천만국가정원 곁에 500실에서 1000실 규모의 특급호텔을 세우고, 국제회의가 가능한 컨벤션센터와 워터파크까지 묶는 대형 관광 인프라 구상이 공식화됐다. 도시의 풍경 하나가 바뀌는 정도가 아니다. 머무는 시간, 소비의 방식, 투자자의 동선까지 함께 바꿔보겠다는 신호에 가깝다. 순천시는 13일 전라남도, 제너시스BBQ와 함께 정원워케이션센터에서 특급호텔 건립 등을 위한 투자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협약의 핵심은 규모와 속도보다 방향에 있다. 제너시스BBQ는 2031년까지 순천만국가정원 인근 등 최적의 부지를 찾아 특급호텔 등을 건립할 계획이다. 객실 수는 500~1000실 규모로 제시됐고, 여기에 국제회의를 치를 수 있는 컨벤션 기능과 워터파크 등 복합 관광시설이 함께 조성될 전망이다. 순천시는 이를 통해 1200명에서 2500명 수준의 신규 일자리 창출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왜 하필 순천만국가정원 인근인가. 답은 이미 순천이 쌓아온 도시의 얼굴에 있다. 순천만국가정원은 정원과 생태를 전면에 내세워 도시 브랜드를 만든 대표 공간이고, 인근에는 일·휴식·관광을 결합한 정원워케이션 인프라도 운영 중이다. 순천시는 정원워케이션을 통해 업무공간과 숙박, 관광을 결합한 체류형 프로그램을 이미 선보이고 있다. 이번 특급호텔 계획은 그 체류형 실험을 한 단계 더 키우는 확장판으로 읽힌다. ‘정원에 잠깐 들르는 도시’에서 ‘정원 곁에 머물며 비즈니스와 휴식을 함께 해결하는 도시’로 넘어가겠다는 뜻이다.
순천이 그리고 있는 미래는 관광만으로 닫히지 않는다. 시는 이 사업을 자신들이 구상하는 ‘RE100 반도체 국가산업단지’와도 연결해 보고 있다. 국제 수준의 숙박과 비즈니스 환경이 갖춰지면 관광객뿐 아니라 글로벌 기업 관계자와 투자자까지 수용할 수 있는 기반이 넓어진다는 계산이다. 즉, 호텔은 단순한 숙박시설이 아니라 산업과 관광을 이어주는 플랫폼이 된다. 순천이 이번 협약을 “경제 지도를 바꿀 투자”로 보는 배경도 바로 여기에 있다.
여기에 순천시는 대형 쇼핑 인프라까지 함께 언급하며 남해안권 경제 거점 도시로의 도약 구상을 내놓고 있다. 특급호텔과 관광 인프라, 대형 유통시설을 양대 축으로 세워 체류형 관광과 생활형 소비를 동시에 끌어들이겠다는 것이다. 그동안 순천은 국가정원과 순천만습지라는 강력한 생태 자산을 바탕으로 관광도시의 인상을 다져왔다. 이제는 여기에 비즈니스와 쇼핑, 국제행사 수용 능력까지 붙여 도시의 체급 자체를 올려보겠다는 시도다.
제너시스BBQ라는 파트너도 상징성이 크다. BBQ는 국내를 넘어 글로벌 K-푸드 프랜차이즈 기업으로 자리 잡은 브랜드다. 순천시는 이 기업과 손잡음으로써 단순 투자 유치 이상의 효과를 노리고 있다. K-푸드와 K-컬처의 상징성을 가진 기업이 정원도시 순천과 만났다는 이야기 자체가 홍보 자산이 되기 때문이다. 특히 윤홍근 회장이 순천 출신이라는 점은 이번 투자를 더 선명하게 만든다. 기업의 브랜드 파워와 고향에 대한 서사가 결합할 때, 사업은 숫자 이상의 장면을 만든다.
물론 아직은 협약 단계다. 실제 부지 확정과 인허가, 사업성 검토, 착공과 운영 계획까지 넘어야 할 문턱은 많다. 그러나 이번 발표만으로도 순천이 어떤 방향으로 도시를 재편하려는지는 뚜렷해졌다. 정원과 생태라는 기존 강점 위에 특급 숙박과 국제회의, 대형 체험시설을 덧입혀 체류 시간을 늘리고, 그 체류가 소비와 투자로 이어지게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관광도시의 다음 경쟁력은 ‘얼마나 많이 오느냐’보다 ‘얼마나 오래 머무느냐’에 있다는 점에서, 순천의 승부수는 꽤 분명해 보인다.
순천만국가정원과 순천만습지가 이미 가진 힘도 이 계획에 현실성을 더한다. 순천은 자연과 정원을 도시 정체성의 중심에 놓는 데 성공한 몇 안 되는 도시다. 여기에 특급호텔과 컨벤션, 워터파크가 더해지면 가족 단위 여행객, 기업 행사 수요, 국제회의 방문객, 장기 체류형 관광객을 한꺼번에 노려볼 수 있다. 생태도시의 차분함과 대형 관광 인프라의 집객력을 한 도시에 함께 얹겠다는 구상은 분명 모험이지만, 동시에 순천다운 방식의 확장이기도 하다.
정원도시 순천이 이제는 ‘머무는 도시’의 다음 단계를 준비하고 있다. 국가정원 옆 특급호텔, 국제회의장, 워터파크라는 조합은 단지 건물 몇 동을 짓는 계획이 아니라 도시의 리듬을 바꾸는 제안에 가깝다. 관광객은 더 오래 머물고, 기업은 더 쉽게 들어오고, 도시는 더 큰 판을 꿈꾸게 된다. 이번 협약이 실제 완공으로 이어진다면, 순천은 남해안의 풍경을 대표하는 도시를 넘어 남해안의 경제 흐름을 바꾸는 도시로 한 걸음 더 나아갈 가능성이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