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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

성심당 갔다가 절에 앉았다

호남선 타고 충청·전라 산사와 명소를 잇는 봄 템플스테이 여행

논산딸기축제·고창 고인돌·월류봉까지, 하루에 묶은 반전 코스

김보라 기자
성심당 갔다가 절에 앉았다

[트래블아이=김보라 기자] 빵집에 들렀다가 절에 앉고, 딸기를 맛본 뒤 고인돌 앞에 선다. 서로 어울리지 않을 것 같던 장면들이 기차 한 편 안에서 한 줄로 이어진다. 한국불교문화사업단과 코레일관광개발이 함께 운영하는 ‘2026년 봄맞이 템플스테이 테마 기차여행’이 오는 3월 29일 호남선 코스로 출발한다. 이번 여행은 충청·전라권 사찰을 찾아 당일형 템플스테이를 체험하고, 인근 시장과 축제, 유적지와 자연 명소를 함께 둘러보도록 짜였다. 그저 절 한 곳에 다녀오는 일정이 아니라, 봄 여행의 결을 훨씬 풍성하게 엮어낸 상품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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템플스테이테마기차여행(제공=한국불교문화사업단)

 

호남선 코스는 충북 영동 반야사, 충남 금산 신안사, 충남 논산 지장정사, 충남 부여 무량사, 전북 부안 내소사, 전북 고창 선운사 등 6개 사찰 가운데 한 곳을 선택해 다녀오는 방식이다. 서울역을 출발해 영등포·수원·평택·천안 등에서 탑승할 수 있고, 목적지 인근 역에 내린 뒤 전용 차량으로 사찰까지 이동한다. 4월 12일에는 중앙선 코스도 이어질 예정이라, 봄철 템플스테이 기차여행은 호남선에서 먼저 문을 여는 셈이다.

 

이번 여행의 가장 큰 매력은 절과 지역 명소를 함께 묶었다는 점이다. 신안사 코스는 대전중앙시장과 성심당 방문 일정이 포함돼 ‘산사와 도시 미식’이라는 예상 밖의 조합을 만든다. 지장정사 코스는 논산딸기축제와 연계해 딸기 시식이 가능하도록 꾸려졌고, 선운사 코스는 고창 고인돌 유적지를 함께 돌아보도록 설계됐다. 반야사 코스는 월류봉과 옥천 구읍 문화유적 탐방이 더해져 강과 절, 오래된 마을 풍경이 맞물린다. 기차를 타고 조용한 절로 들어가지만, 하루의 기억은 결코 단조롭지 않다.

 

사찰 자체의 매력도 봄 여행의 밀도를 높인다. 내소사는 일주문에서 천왕문까지 약 600m 이어지는 전나무숲길로 잘 알려져 있다. 숲길을 지나 경내로 들어가는 순간, 바깥의 소음이 천천히 밀려나는 느낌이 분명하다. 선운사가 자리한 선운산 도립공원은 울창한 숲과 기암 풍경이 어우러진 곳이고, 고창 고인돌 유적은 2000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대표 문화유산이다. 반야사가 이어지는 영동 월류봉 역시 ‘달이 머무르는 봉우리’라는 이름처럼 석천을 따라 빼어난 절경을 펼친다. 절 한 곳을 찾는 길이 곧 풍경 여행이 되고, 유산 여행이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템플스테이 체험의 본래 결도 살아 있다. 템플스테이는 불교 문화와 자연 속에서 몸과 마음을 정화하고, 일상에서 벗어나 내면의 평화를 찾도록 돕는 프로그램으로 소개된다. 사찰 안내, 참선과 명상, 스님과의 차담, 예불, 108배, 연등이나 염주 만들기 같은 프로그램이 템플스테이의 대표 요소다. 이번 기차여행 역시 이런 기본 경험 위에 각 지역의 봄 풍경과 먹거리, 축제, 유적 답사를 덧입혔다. 그래서 이 상품은 단순한 관광상품보다 ‘하루짜리 마음 환기’에 가깝다. 빠르게 움직이되, 잠시 멈춰 서는 법도 함께 배우는 여정이다.

 

이 템플스테이 열차는 이미 검증을 거친 상품이기도 하다. 2024년 6월 처음 선보였고, 올해로 3년째를 맞았다. 지난 2년 동안 약 900명이 이용했으며, 전국 30여 개 사찰을 방문하는 프로그램으로 운영돼 왔다. 왕복 열차비와 현지 이동 차량, 템플스테이 체험비, 관광지 입장료, 일부 식사비를 포함한 가격은 1인 약 10만원 수준으로 소개됐다. 일정과 이동, 체험을 한 번에 해결할 수 있어 준비 부담이 적다는 점도 장점이다. ‘사찰 체험은 어렵고 멀다’고 여겼던 이들에게는 의외로 진입 장벽이 낮은 봄 여행이 될 수 있다.

 

요즘 여행자들이 찾는 것은 많이 보는 여행보다 오래 남는 장면이다. 그런 점에서 이 상품의 조합은 묘하게 설득력이 있다. 기차는 출발부터 여행의 리듬을 만들고, 절은 도착 이후의 속도를 늦춘다. 시장과 빵집, 딸기축제와 고인돌 유적은 그 사이를 채우며 하루를 입체적으로 만든다. 특히 호남선은 충청과 전라를 가로지르며 봄철 지역색을 압축해서 보여주기에 좋다. 차창 밖으로 계절이 흐르고, 도착한 곳에서는 산사의 공기와 지역의 맛이 기다린다. 생각보다 강한 여행이라는 말은 그래서 나온다.

 

이번 봄, 가장 흥미로운 하루는 어쩌면 아주 조용한 절에서 시작될지 모른다. 그런데 그 길목에는 성심당이 있고, 논산딸기가 있고, 고창 고인돌과 월류봉 같은 풍경이 있다. 고요함과 활기, 명상과 미식, 철도와 산사가 한 장의 기차표 안에서 만나는 여행. 3월 29일 출발하는 호남선 템플스테이 열차는 ‘절에 가는 여행’이 아니라, 봄을 다르게 건너는 방법으로 읽힐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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