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아이=김보라 기자] 농촌의 봄은 꽃보다 먼저 사람 손에서 시작된다. 전남 곡성군이 본격적인 영농철을 앞두고 라오스 국적 공공형 계절근로자 29명과 통역 인력 1명의 입국을 마치고 13일 환영 행사를 열었다. 해마다 농번기마다 되풀이되는 일손 부족을 덜기 위한 움직임인데, 올해 곡성의 들녘은 조금 이른 안도감으로 봄을 맞게 됐다. 입국한 근로자들은 김해국제공항을 통해 들어온 뒤 건강검진을 마치고 곡성으로 이동했으며, 한국 생활 안내와 농작업 준수사항 교육, 근로계약 체결, 통장 개설 등의 절차를 거쳐 현장에 투입될 예정이다.
이번 계절근로자 도입은 곡성군과 라오스 간 업무협약을 바탕으로 추진됐다. 현지 면접을 통해 선발된 인력이라는 점에서 단순한 단기 인력 수급을 넘어, 지방정부와 해외 지역 간 협력 체계 속에서 운영되는 안정형 모델에 가깝다. 환영 행사에는 근로자들과 함께 곡성군, 군의회, 농협 관계자들이 참석해 현장 적응과 안전한 근로 환경 조성 의지를 함께 확인했다. 4월 중에는 옥과농협과 석곡농협에 배치될 추가 계절근로자도 순차적으로 들어올 예정이어서, 곡성군 농업 현장의 인력 운용은 한층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공공형 계절근로사업은 농가 입장에서 특히 실효성이 큰 제도로 꼽힌다. 농협이 외국인 계절근로자를 직접 고용한 뒤, 일손이 필요한 농가에 하루 단위로 파견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개별 농가가 직접 인력을 모집하고 숙소와 행정 절차를 감당해야 하는 부담을 줄일 수 있고, 고령농이나 소규모 농가도 비교적 쉽게 인력을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공공형 계절근로가 2022년 도입 이후 참여 농협이 꾸준히 늘고 있으며, 2026년에는 운영 농협이 130개소로 확대된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를 통해 중장기적으로 공공부문 농업고용 인력 공급 비중을 높이고 안전보험 가입률도 끌어올릴 방침이다.
곡성은 이런 제도가 특히 절실한 지역이기도 하다. 섬진강을 끼고 비옥한 토지에서 다양한 농특산물이 생산되는 곳으로, 토란과 멜론, 사과, 배, 매실, 블루베리 등 품목이 풍부하다. 특히 곡성 토란은 지역을 대표하는 특산물로 자리 잡았고, 멜론과 과수류도 널리 알려져 있다. 이런 지역일수록 파종과 수확, 선별과 출하가 집중되는 시기에는 사람 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결국 농촌 인력 문제는 단순히 일손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 농업의 지속성과 직결되는 문제이기도 하다.
곡성군은 통역 지원과 생활 관리, 숙소 점검 등 근로 환경을 지속적으로 살피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이는 최근 외국인 계절근로 제도가 단순한 인력 공급을 넘어 노동자의 안전과 인권, 지역사회 적응 문제까지 함께 다뤄야 한다는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실제로 농식품부는 올해 계절근로자 안전보험 가입률 100% 달성, 임금체불 보증보험 가입 의무화 등을 포함한 중장기 계획을 제시한 바 있다. 농촌 인력의 안정적 공급과 함께 더 안전하고 책임 있는 운영이 동시에 요구되는 시점이다.
이번 환영 행사는 숫자 이상의 의미를 남긴다. 낯선 나라에서 온 노동자가 곧 지역 농가의 하루를 떠받치고, 그 손길이 결국 한 해 농사의 리듬을 지탱한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농촌의 미래는 기술과 정책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들판에서 함께 일할 사람, 그들이 안심하고 머물 수 있는 환경, 농가가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함께 맞물릴 때 비로소 지속 가능한 농업이 가능해진다. 곡성이 이번 봄 가장 먼저 준비한 것도 결국 그 기본이었다.
곡성의 봄은 이제 막 시작됐지만, 농번기를 준비하는 시계는 이미 빠르게 돌아가고 있다. 공공형 계절근로자들의 입국과 현장 배치는 일손 부족에 시달리던 농가에 현실적인 힘이 될 가능성이 크다. 토란과 멜론, 과수 향이 짙어질 들녘에서 이들이 보탤 손길은 단순한 노동력이 아니라, 한 해 농사를 지켜내는 든든한 버팀목이 될 듯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