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아이=최치선 기자] 울릉도 가는 길이 한층 짧아졌다. 기차를 타고 포항까지 내려간 뒤 초쾌속선을 갈아타면, 이제 울릉도는 ‘멀어서 망설이는 섬’보다 ‘마음먹으면 훌쩍 떠날 수 있는 섬’에 가까워졌다. 경북 포항과 울릉도를 잇는 대저페리가 KTX와 초쾌속선을 연계한 관광상품 ‘레일쉽(Rail-Ship)’을 내놓으면서다. 한 번에 예약하고, 할인까지 받는 구조라 교통의 번거로움을 줄였다는 점이 이번 상품의 핵심이다.
이번 상품의 중심에는 ‘엘도라도 익스프레스호’가 있다. 포항여객선터미널과 울릉 도동항 사이 217㎞ 항로를 2시간 50분대에 주파하는 대형 초쾌속선으로, 최대 51노트(시속 약 95㎞) 속도를 낼 수 있다. 코레일이 지난해 공개한 상품 안내에 따르면 서울역에서 오전 6시 43분 KTX를 타고 포항역에 도착한 뒤 무료 셔틀버스로 여객선터미널로 이동하면, 오전 10시 10분 출항하는 배를 타고 오후 1시 무렵 울릉도에 닿는 동선이 가능하다. 울릉도가 더는 ‘하루를 통째로 써야 하는 목적지’만은 아니라는 뜻이다.
가격 경쟁력도 눈에 띈다. 코레일은 이 상품을 내놓으면서 KTX와 선박을 한 번에 예약할 수 있도록 했고, 서울 출발 기준 편도 정상가보다 할인된 운임을 제시했다. 교통편을 따로따로 끊어야 했던 불편을 줄인 데다, 수도권뿐 아니라 충청·호남권 수요까지 끌어안겠다는 계산도 깔려 있다. 울릉도 여행의 가장 큰 장벽이 늘 ‘시간’과 ‘접근성’이었다면, 레일쉽은 그 문턱을 낮추는 카드에 가깝다.
무엇보다 반가운 대목은 엘도라도 익스프레스호의 운항 재개다. 대저페리 예매 사이트와 관련 운항 안내에 따르면 엘도라도 익스프레스호는 2026년 4월 10일부터 포항~울릉 항로 운항을 재개할 예정이다. 최근까지는 대체 선박이 일부 구간을 맡아왔지만, 초쾌속선이 다시 투입되면 울릉도 접근 시간은 다시 크게 단축된다. 장거리 이동에 대한 심리적 부담이 줄어드는 만큼, 주말 1박 2일이나 짧은 평일 일정으로도 울릉도를 계획하는 여행자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선박 규모도 만만치 않다. 엘도라도 익스프레스호는 총톤수 3158t, 여객 정원 970명, 화물 25t 규모의 파랑 관통형 쌍동 초쾌속 여객선으로 소개돼 있다. 빠를 뿐 아니라 비교적 큰 선박이라는 점에서, 성수기 수송력과 파도 대응력에서도 기대를 모은다. 대저페리 측은 이 배를 앞세워 울릉도를 오가는 해상 이동의 효율을 높이고, 관광과 생활 물류를 함께 떠받치는 교통축으로 키우겠다는 구상을 내비치고 있다.
울릉도는 원래도 한번 발을 디디면 오래 머물고 싶어지는 섬이다. 깎아지른 해안 절벽과 깊은 바다색, 해안도로를 따라 달라지는 풍경의 밀도는 육지 여행과 전혀 다른 호흡을 만든다. 하지만 늘 변수는 이동이었다. 파도와 날씨, 긴 항해 시간, 복잡한 예약이 여행의 결심을 늦추곤 했다. 그래서 이번 레일쉽은 단순한 할인 상품이라기보다, 울릉도 여행을 현실적인 선택지로 다시 끌어내리는 변화에 가깝다. 서울에서 출발한 여행자가 같은 날 낮 울릉도 바람을 맞을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섬의 체감 거리는 확실히 달라진다.
더 멀리 보면, 이번 상품은 ‘철도+배’ 연계 여행의 가능성을 다시 보여준다. 역에서 항구로, 항구에서 섬으로 이어지는 이동을 한 장의 여정처럼 묶어내면 국내 섬 관광은 훨씬 넓게 열릴 수 있다. 울릉도처럼 분명한 목적성을 지닌 여행지일수록 이런 연결은 더 강한 힘을 낸다. 이동이 쉬워질수록 체류 시간은 늘고, 체류 시간이 늘수록 여행의 깊이도 달라진다. 울릉도가 다시 봄 여행의 무대 위로 올라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울릉도는 늘 아름다웠지만, 늘 쉽게 가닿는 곳은 아니었다. 이번 레일쉽 출시는 그 오래된 거리감을 조금 덜어내는 소식이다. KTX와 초쾌속선이 한 줄로 이어지자 섬은 더 가까워졌고, 여행은 더 구체적인 계획이 됐다. 오는 4월 엘도라도 익스프레스호가 다시 바다를 가르면, 울릉도는 올봄 가장 궁금한 섬여행지 가운데 하나로 다시 떠오를 가능성이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