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아이=김보라 기자] 한 번 열리자 사람들은 곧바로 몰려들었다. 50년 넘게 닫혀 있던 벚꽃길이 지난해 처음 모습을 드러내자, 진해의 봄은 익숙한 군항제 너머에서 한 장 더 펼쳐졌다. 그리고 그 길이 올해도 다시 열린다. 57년 만에 일반에 개방돼 큰 호응을 얻은 창원 진해 웅동벚꽃단지가 오는 27일부터 다시 상춘객을 맞는다.
경남 창원시 진해구에 따르면 웅동벚꽃단지는 제64회 진해군항제 개막일인 3월 27일부터 4월 19일까지 일반에 개방된다. 군항제는 3월 27일부터 4월 5일까지 진해구 일원에서 열리는데, 웅동벚꽃단지는 축제 기간을 넘어 그 이후까지 문을 열어 보다 여유로운 벚꽃 동선을 제공하게 된다. 진해의 대표 벚꽃 명소들이 군항제 기간에 집중되는 것과 비교하면, 이곳은 축제의 열기와 한 박자 늦은 봄 풍경을 함께 품는 공간이 될 가능성이 크다.
웅동벚꽃단지가 특별한 이유는 단지 벚꽃이 많아서만은 아니다. 이곳을 포함한 웅동수원지는 국방부 소유지로, 1968년 이른바 김신조 사건 이후 50년 넘게 출입이 통제돼 왔다. 오랫동안 철문 너머로만 존재하던 공간이 2021년 해군 진해기지사령부와 지역 주민들 간 협약을 계기로 개방사업의 물꼬를 텄고, 지난해 봄 마침내 일반에 모습을 드러냈다. 닫힌 시간의 길이가 길었던 만큼, 다시 열린 풍경이 주는 상징성도 컸다.
실제 반응도 뜨거웠다. 지난해 봄 한 달 동안 웅동벚꽃단지를 찾은 방문객은 4만2천 명을 넘었다. 진해군항제라는 초대형 축제가 이미 자리 잡은 지역에서, 새로 열린 한 벚꽃 명소가 이 정도의 발길을 끌어냈다는 점은 의미가 작지 않다. 잘 알려진 여좌천과 경화역, 진해루와는 또 다른 결의 풍경을 찾는 여행자들이 이곳으로 흘러들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올해는 개방 준비도 한층 세밀해진다. 진해구는 군과 협의를 마치고 시비 2000만원을 들여 피크닉 테이블과 안내판 등 편의시설을 설치할 계획이다. 개방이 끝난 직후에는 7일가량 ‘주민 초청의 날’을 한시 운영해 웅동1동 주민들에게 인근 제방 둑 공간을 여는 방안도 협의 중이다. 지난해 첫 개방이 가능성을 확인하는 시간이었다면, 올해는 불편을 줄이고 체류 만족도를 높이는 운영의 해에 가깝다.
진해의 봄을 여행하는 이들에게도 선택지는 더 넓어졌다. 공식 군항제는 중원로터리와 진해루 일원에서 열리고, 도심 곳곳의 왕벚나무와 대표 벚꽃 명소들이 매년 많은 인파를 모은다. 여기에 웅동벚꽃단지가 다시 열리면서, 진해의 벚꽃 여행은 이제 익숙한 명소 순례에서 조금 더 깊고 조용한 방향으로 가지를 뻗게 됐다. 군항제의 흥겨움 속에서 봄을 만끽할 수도 있고, 축제 막바지 이후 조금 느슨해진 시간에 웅동 쪽으로 발길을 돌릴 수도 있다. 진해의 봄이 한층 길어졌다고 말할 수 있는 이유다.
무엇보다 이곳은 단순한 계절 명소를 넘어, 닫혀 있던 공간이 시민과 여행자에게 다시 돌아오는 장면을 보여준다. 오래 통제됐던 장소가 지역과 협의를 거쳐 새로운 공공의 풍경으로 전환되는 과정은, 봄꽃 자체만큼이나 인상적이다. 벚꽃은 해마다 피지만, 어떤 벚꽃길은 시대가 바뀌어야 비로소 열린다. 웅동벚꽃단지가 올해 다시 주목받는 까닭도 바로 거기에 있다.
진해의 봄은 원래도 화려했지만, 웅동벚꽃단지가 열리면서 그 봄은 조금 더 깊어졌다. 오래 닫혀 있던 길이 사람들에게 돌아오고, 한때 금지의 공간이었던 자리가 이제는 도시의 계절을 대표하는 풍경으로 바뀌고 있다. 올해 진해를 찾는다면, 벚꽃은 결국 얼마나 많이 피었는가보다 어디서 다시 열렸는가를 먼저 보게 될지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