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아이=최치선 기자] 관광이 이제는 풍경을 파는 산업이 아니라, 기술과 콘텐츠를 수출하는 산업으로 바뀌고 있다. 미용의료 플랫폼이 여행 수요를 만들고, K팝과 IP가 방한 상품이 되며, 웰니스 호텔 솔루션이 해외 시장을 두드린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뽑은 ‘2026 관광 글로벌 챌린지’ 30개 기업이 주목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올해는 209개 기업이 몰려 6.9대 1의 역대 최고 경쟁률을 기록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는 ‘2026 관광 글로벌 챌린지’ 프로그램에 참여할 기업 30개 사를 최종 선발했다. 관광 글로벌 챌린지는 유망 관광기업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는 사업으로, 올해는 지원 기업이 209개에 달해 6.9대 1의 역대 최고 경쟁률을 나타냈다. 관광을 단순 이동과 숙박의 영역으로 보던 시선을 넘어, K-컬처·의료·디지털 전환 등 확장성 높은 모델이 대거 주목받았다는 점이 이번 선발의 특징이다.
선정 기업의 면면도 흐름을 잘 보여준다. 미용의료 플랫폼 ‘여신티켓’을 운영하는 패스트레인, K-웰니스 호텔 개발과 마케팅 자동화 연계 솔루션을 내세운 더휴식, 엔터테인먼트 플랫폼 모드하우스, AI 기반 K-IP 가치 분석과 콘텐츠 굿즈 기획 기업 페퍼앤솔트, 모바일 시설 관제 서비스 기업 이엠시티, 세계 최초 청각장애 아이돌 ‘빅오션’ IP를 활용해 K팝 관련 방한 상품을 개발하는 파라스타엔터테인먼트 등이 이름을 올렸다. 관광이 의료, 공연, 팬덤, 기술, 데이터와 결합하며 새로운 산업 지형을 만들고 있다는 뜻이다.
선발된 기업들은 올해 말까지 해외 특화 액셀러레이터와 협력해 일본, 미국, 유럽, 동남아 등 주요 시장 진출을 본격화한다.
한국관광공사는 기업별로 최대 2억원의 사업화 자금을 차등 지원하고, 글로벌 비즈니스 진단, IR 컨설팅, 시장별 맞춤 전략 수립, 박람회와 데모데이 등 네트워킹 프로그램도 함께 제공할 계획이다. 단순 지원금에 그치지 않고, 해외 투자와 현지 사업화까지 연결하는 실전형 프로그램이라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이 사업이 더 눈길을 끄는 이유는 이미 성과가 쌓이고 있기 때문이다. 관광 글로벌 챌린지는 2020년 도입 이후 총 147개 기업의 글로벌 진출을 도왔고, 지난해 참여 기업인 더서비스플랫폼은 일본 최대 온라인여행사 에어트립으로부터 1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해녀의 부엌은 싱가포르 현지 법인을 설립해 동남아 진출에 나섰고, 트립비토즈는 동남아 실증사업을 통해 현지 호텔그룹 아키펠라고와 20억원 규모 계약을 체결했다. 정부 지원 프로그램이 실제 투자와 계약으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올해 선발 기업들에 대한 기대도 더 커지고 있다.
이번 선발 결과는 한국 관광산업의 방향이 어디로 움직이는지도 보여준다. 이제 경쟁력은 관광객 숫자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누가 더 오래 머무르게 할 수 있는지, 어떤 경험을 더 정교하게 설계하는지, 한국의 문화와 기술을 어떻게 서비스로 바꿔 해외에 내보내는지가 중요해졌다. 의료관광 플랫폼은 방한 동기를 만들고, K팝 IP는 여행 수요를 끌어들이며, 웰니스와 호텔 기술은 체류 경험을 산업 모델로 바꾼다. 관광이 소비 산업을 넘어 수출 산업으로 재편되는 흐름이 선명해지고 있는 셈이다. 이는 한국관광공사가 차기 ‘K-관광 유니콘’ 육성을 강조한 배경과도 맞닿아 있다.
한때 관광은 좋은 풍경을 보여주는 일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관광은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기술이고, 체류를 설계하는 콘텐츠이며, 한국의 문화와 서비스를 함께 수출하는 산업이 됐다. 이번에 선발된 30개 기업은 단순한 스타트업 명단이 아니다. 한국 관광이 어디까지 커질 수 있는지, 그 다음 시장의 지도를 먼저 보여주는 이름들에 가깝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