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진강에서 사라진 시간
고운 최치선
뜨거워서 너무나 뜨거워서
몸을 제대로 붙잡을 수가 없어
가로 세로 20센티 정사각형 지상의 마지막 집에 들어간
막내의 몸은 더이상 형체를 갖지 못했다
\'형. 옥상에 올라가서 바람 한 번 맞아봤음 좋겠어요\'
이승과 저승의 갈림길에서 벗어놓은 옷을
가슴에 품은채 막내는 눈을 감았다
처음 부탁이 막내의 마지막 소원이 되었지만
난 아무것도 못하고 눈물만 흘렸다
눈물은 서해바다로 흘러가고
동진강 허리쯤에서 막내를 보내기 위해
달려온 차가운 바람
나는 막내가 떠나려는 길머리
두 손을 드리운 채
할 말을 잃었다
가슴을 동여맨
낡은 옷가지
무명 한 겹의 감촉마저
깃털처럼 날아가면
빨갛게 벗은
내 슬픔이 하나 둘 흘러가고
어처구니없는 이 시간은
누구의 손을 거쳐
하늘로 올라가는지
마지막인 막내의 몸을
비정형의 먼지가 되어버린 몸을
움켜쥔채로
서해 너머까지 간다는
동진강 길머리에 섰는데
막내의 숨결이 바람결이 되고
다시 물결이 되어
검은 머리 제멋대로 흩어지는
바람이 불어도
내 손은 쉽게 펴지지 않았다
막내야
눈도 제대로 귀도 제대로
손 마디마디 관절도 제대로
시퍼렇게 살아나
다시는 이별도 없고
다시는 이별할 슬픔도 없고
사라질 몸도 없는 눈물도 없는 그런 곳에서
다시 살아라
내가 동진강을 다녀와서
이 밤에 강물처럼
아프게 몸을 뒤척이고 있는 것은
내가 이 밤에 막내를 생각하며
삶과 죽음도 생각하며
잠을 못 이루고 있는 것은
사람은 때로는 주체가 되어
등을 두드려 달래 주기도 하고
때로는 객체가 되어
두 손을 잡아주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엄동설한 창밖에는
엉엉 찬바람이 울고 있는데
이 세상 어딘가에서
막내도 언젠가 내가 했던 그대로
형에게 잘해주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다음에 잘해주려 했다고
나중에 자주 만나려고 했다고
용서를 빌고 통곡하며 후회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이 밤 나도 어두운 동진강을 향해서
떠나고 남은 슬픔과 그리움을 떠올리다
하얗게 재가 되어버린 너의 몸을 생각한다
다정하게 내려주었던 그 가랑비처럼
오늘밤에는 한줄기 두 줄기 빗물이 강물이 되고
내 눈물이 바다로 흘러가는 시간 이별을 생각한다
이생과 저 생의 삶이 구분된다면
그것은 움직이는 몸과
바람에 흩날리는 몸의 차이 일뿐
막내는 내 손에서 허공으로 뿌려지고
자유롭게 날 수 있었지만 한동안 바람에 몸을 맡기고
더 이상 흘러가지도 날아가지도 않은 채
내 주위를 맴돌았다

![[시가 있는 풍경] 동진강에서 사라진 시간](https://hodabgpnhciikfrpzais.supabase.co/storage/v1/object/public/article-photos/abd196c5-eece-48cb-ab25-2acb77407170/00-legacy-cover-13632.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