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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

꽃보다 강했다…청양 춘란의 봄

춘란연합전시회 성황…화려함보다 깊은 여운 남겨

김보라 기자
꽃보다 강했다…청양 춘란의 봄

[트래블아이=김보라 기자] 청양의 봄은 요란하지 않았다. 대신 은은한 난향이 사람의 걸음을 붙잡았다. 막 피어난 꽃보다 더 오래 시선을 머물게 한 건, 겨울을 견디고 올라온 춘란의 기품이었다. 지난 주말 청양문화원 전시실은 작은 꽃 한 점이 어떻게 한 도시의 계절을 바꾸는지 보여주는 공간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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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양에 퍼지는 은은한 난향… ‘2026 춘란연합전시회’ 개막(제공=청양군)

 

청양문화원이 주관한 ‘2026 청양문화원 춘란연합전시회’가 지난 6일부터 7일까지 이틀간 열려 많은 관심 속에 마무리됐다. 청양난우회와 푸른빛난우회가 함께 마련한 이번 전시는 지역 난 동호인들이 1년 동안 정성껏 가꾼 춘란 작품을 한자리에 모은 자리였다. 청양군의 주간업무계획 자료에도 춘란 연합 전시회 일정과 장소가 안내돼 있어, 지역 문화행사로 꾸준히 이어져 온 흐름을 확인할 수 있다.

 

전시장에는 화려한 색을 드러낸 난부터 독특한 꽃 모양을 지닌 품종, 잎의 무늬만으로도 시선을 끄는 희귀 난까지 다양한 작품이 놓였다. 난을 오래 본 사람들에게는 품격과 완성도를 가늠하는 자리였고, 처음 전시장을 찾은 군민들에게는 바쁜 일상에서 잠시 숨을 고르게 하는 시간이 됐다. 청양 지역 언론이 전한 전시 안내와 과거 연합전시회 보도를 보면, 청양의 춘란 전시는 해마다 동호인들의 애정과 지역민의 관심 속에 이어져 온 행사로 자리해 왔다.

 

이 전시가 더 반가운 이유는 난이 가진 분위기 때문이다. 춘란은 봄을 알리는 식물이지만, 단지 계절의 상징으로만 머물지 않는다. 화려하게 앞서 나서기보다 여백과 절제 속에서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그래서 전시장을 채운 것은 꽃의 색만이 아니라 기다림의 시간, 돌봄의 손길, 그리고 조용한 취향의 깊이였다. 청양문화원이 이번 전시를 통해 난 문화의 ‘여백의 미’와 격조를 알리고 문화 향유의 폭을 넓히려 했다는 의미도 바로 여기에 닿아 있다.

 

여행의 눈으로 보면 이번 전시는 청양의 봄을 바라보는 또 다른 방법이기도 하다. 청양군 문화관광 누리집은 칠갑산 도립공원, 장곡사, 천장호 출렁다리, 고운식물원, 칠갑산 천문대 등을 대표 관광지로 소개하고 있다. 대개 청양의 봄은 산과 호수, 출렁다리와 꽃길로 기억되지만, 올해는 문화원 전시실 안의 난향이 그 풍경에 새로운 결을 더했다. 자연 속 봄꽃을 보는 일과 실내에서 한 송이 난을 오래 들여다보는 일은 전혀 다른 체온을 남긴다. 청양은 그 두 가지 봄을 함께 품은 도시다.

 

실제로 청양은 계절형 관광 콘텐츠가 강한 곳이다. 군 문화관광 누리집에는 칠갑산장승문화축제와 고운식물원 봄꽃축제 등 봄철 행사 정보가 함께 소개돼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춘란연합전시회는 대형 야외행사와는 다른 방식으로 청양의 봄을 풍성하게 만든다. 소란한 축제가 아니라 조용히 들여다보는 전시, 넓은 풍경이 아니라 한 화분 앞에서 멈춰서는 경험. 그런 차분한 시간이야말로 지역 문화의 깊이를 드러내는 방식일지 모른다.

 

청양문화원과 지역 동호회가 함께 만든 이번 전시는 규모보다 결이 좋았다. 난 애호가만을 위한 자리로 닫히지 않고, 일반 군민도 편하게 찾을 수 있는 생활 문화 전시로 기능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작은 지역 전시가 좋은 이유는 거창한 수식 없이도 지역 사람들의 취향과 정성을 그대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청양의 춘란전은 바로 그런 장면에 가까웠다. 봄을 앞세우지 않고도 봄을 충분히 느끼게 하는 자리였다.


청양의 봄은 칠갑산 바람만으로 오지 않았다. 문화원 전시실에 놓인 춘란 한 점, 그 고요한 향기와 단정한 자태가 먼저 계절의 문을 열었다. 빨리 지나가는 여행보다 잠시 멈춰 보는 여행이 더 오래 남는 법이다. 지난 주말 청양에서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은 것은 화려한 이벤트가 아니라, 오래 바라볼수록 깊어지는 봄의 얼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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