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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

순천, 세계유산으로 통했다

선암사와 순천갯벌 잇는 축전, 전국 1위…13만 명이 다녀갔다

김보라 기자
순천, 세계유산으로 통했다

[트래블아이=김보라 기자] 순천은 또 한 번 증명했다. 세계유산은 지켜보는 유물이 아니라, 다시 찾게 만드는 여행의 힘이라는 사실을. 선암사와 순천갯벌을 하나의 동선으로 엮어낸 순천의 세계유산축전이 전국 4개 개최지 가운데 종합 1위에 오르면서, 이 도시는 이제 ‘정원도시’를 넘어 ‘세계유산도시’라는 이름까지 더 또렷하게 새기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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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 드라마촬영장 풍경(제공=순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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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시청사(제공=순천시)

순천시가 최근 국가유산청 주관 ‘2025년 세계유산축전’ 성과평가에서 전국 4개 개최지 가운데 종합 1위를 차지했다. 보도에 따르면 순천시는 전문가 심사, 관람객 만족도, 행정 실적 등을 합산한 평가에서 85.13점을 기록하며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특히 세계문화유산 선암사와 세계자연유산 순천갯벌을 함께 묶어낸 콘텐츠 구성, 그리고 축전 운영의 안정성이 좋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성과가 더 의미 있게 다가오는 이유는 순천이 가진 유산의 결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선암사는 2018년 ‘산사, 한국의 산지 승원’의 하나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됐고, 순천갯벌은 2021년 ‘한국의 갯벌’의 일부로 세계자연유산에 이름을 올렸다. 하나는 천년 사찰의 시간이고, 다른 하나는 살아 움직이는 생태의 시간이다. 순천은 이 두 시간을 하나의 도시 안에서 이어 붙이며, 유산을 따로따로 보는 대신 한 도시의 서사로 읽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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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암사 승선교(제공=순천시)

 

지난해 9월 열린 축전은 9월 12일부터 10월 3일까지 22일간 진행됐고, 약 13만 명이 다녀간 것으로 집계됐다. 지역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 기간 약 143억 원의 생산유발효과와 46억 원의 부가가치 유발효과도 나타났다. 축제가 단순한 행사에 그치지 않고 숙박과 음식, 이동, 소비를 묶어 지역경제에 실제 온기를 불어넣었다는 뜻이다. 관광은 사람이 많이 왔다는 숫자보다, 그 사람들이 도시 안에서 얼마나 오래 머무르고 얼마만큼의 활기를 남겼는지가 더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순천의 이번 성과는 내용이 단단하다.

 

순천의 강점은 원래 풍경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풍경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2024년과 2025년 세계유산축전 안내 자료를 보면 순천은 선암사와 순천갯벌, 오천그린광장, 순천만습지 일대 등을 활용해 전통과 생태, 체험과 공연을 연결하는 프로그램을 꾸준히 선보여 왔다. 절집의 고요와 갯벌의 숨결, 정원의 도시 이미지와 생태도시의 정체성이 한 축전 안에서 포개지며 순천만의 문법을 만들어낸 셈이다. 다른 도시가 따라 하기 어려운 지점도 바로 여기다. 유산을 전시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유산을 도시 브랜드로 번역해냈다는 점이다.

 

여행자의 눈으로 보면 순천은 더 흥미로운 도시가 됐다. 아침에는 선암사 숲길을 걸으며 오래된 산사의 결을 만지고, 오후에는 순천만습지와 갯벌의 빛을 바라보다가, 저녁에는 도심의 문화 프로그램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가능해졌다. 유산이 멀리 떨어진 박제된 장소가 아니라, 도시의 하루를 채우는 리듬으로 작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래서 순천의 세계유산축전은 ‘행사’보다 ‘여행 방식’에 가깝다. 머무를 이유를 만들고, 다시 올 이유를 남긴다.

 

순천시는 이번 평가 결과를 바탕으로 세계유산축전을 글로벌 문화 브랜드로 키우겠다는 뜻도 밝혔다. 시의 관련 자료를 보면 순천은 이미 세계유산축전을 주요 문화관광 콘텐츠로 보고 후속 사업과 확장 전략을 이어가고 있다. 세계유산은 등재 자체보다 그 이후가 더 중요하다. 어떻게 보여주고, 어떻게 기억하게 하며, 어떻게 다시 찾게 하느냐가 도시의 경쟁력이 된다. 

이번 종합 1위는 그 질문에 대해 순천이 꽤 설득력 있는 답을 내놓았다는 증거처럼 보인다.


순천은 늘 아름다운 도시로 불려왔다. 하지만 이번 성과는 그 아름다움이 풍경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천년 사찰과 살아 있는 갯벌, 도시의 기획력과 시민의 참여가 만나자 세계유산은 더 이상 과거의 이름이 아니었다. 사람을 오게 하고, 걷게 하고, 다시 기억하게 만드는 현재의 힘이 됐다. 순천이 전국 1위에 오른 이유는 결국 여기에 있다. 유산을 잘 보존한 도시를 넘어, 유산을 가장 생생하게 살아 움직이게 만든 도시였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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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암사 풍경(제공=순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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