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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

도서관이 놀이터가 되는 날

최치선 기자
도서관이 놀이터가 되는 날

[트래블아이=최치선 기자] 책장은 조용한데, 아이들의 상상력은 늘 시끄럽다. 책 속 그림 하나가 말을 걸고, 색 하나가 손끝에 번지는 순간 도서관은 더 이상 ‘읽는 곳’에만 머물지 않는다. 고양 주엽어린이도서관이 준비한 이번 하루는, 아이들이 그림책을 듣는 데서 멈추지 않고 자기 몸으로 이야기의 색을 만들어 보는 시간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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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엽어린이도서관, ‘석철원 작가의 그림책 이야기’ 운영(제공=고양시)

 

고양특례시 주엽어린이도서관이 3월 22일 오후 2시부터 4시 30분까지 ‘석철원 작가의 그림책 이야기와 물감놀이 워크숍’을 연다. 장소는 주엽어린이도서관 2.5층 어울림터이며, 대상은 초등학교 1~2학년 어린이 25명이다. 참여 신청은 3월 9일 오전 10시부터 3월 20일 오후 6시까지 고양시도서관센터 누리집에서 선착순으로 받는다.


이번 프로그램은 두 갈래로 짜였다. 먼저 1부에서는 석철원 작가의 ‘다 모여 그림책 시리즈’를 중심으로 그림책 이야기를 듣고, 일본어 그림책 읽어주기 시간도 함께 진행된다. 언어를 다 알아듣지 못해도 그림을 통해 이야기를 따라갈 수 있다는 점이 그림책의 힘이다. 어린이들은 이야기의 뜻을 머리로만 이해하는 대신, 그림의 흐름과 장면의 리듬, 색의 감정을 먼저 만나게 된다. 이어지는 2부는 손과 발, 붓을 활용한 물감놀이 워크숍이다. 종이 위에 정답을 그리는 시간이 아니라, 몸을 움직이며 색과 감각으로 마음을 풀어내는 시간에 더 가깝다.


이 프로그램이 더 반가운 이유는 작가의 이력이 또렷하기 때문이다. 석철원 작가는 대학에서 예술학을 공부하고 일본에서 

미술교육을 익힌 뒤 디자이너로 일했으며, 도쿄 핀포인트 갤러리 그림책 공모전 우수상을 계기로 그림책 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지금은 도쿄를 중심으로 한국·일본·중국 출판사와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대표작으로는 ‘버스야 다 모여!’, ‘전철아 다 모여!’, ‘바퀴야 다 모여!’, ‘고양이야 다 모여!’, ‘강아지야 다 모여!’, ‘공룡아 다 모여!’, ‘나비야 다 모여!’ 등이 있다. 익숙한 탈것과 동물, 사물의 움직임을 단순하고 경쾌한 리듬으로 풀어내는 그의 그림책은 영유아와 초등 저학년 독자에게 특히 친근하게 다가간다.


도서관이 이런 프로그램을 여는 이유는 분명하다. 어린이에게 도서관은 더 이상 조용히 책만 빌리는 장소여서는 오래 기억되기 어렵다. 작가를 직접 만나고, 그림책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듣고, 손에 물감을 묻혀 자기만의 장면을 만들어 보는 경험이 있을 때 도서관은 비로소 ‘재미있는 곳’으로 남는다. 특히 초등 1~2학년은 글을 스스로 읽는 힘이 막 자라기 시작하는 시기다. 이때 책이 공부보다 놀이에 가까운 경험으로 남으면 독서와 표현 활동은 더 자연스럽게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번 프로그램이 그림책 읽기와 물감놀이를 한자리에서 묶은 것도 이런 흐름과 잘 맞아떨어진다.


주엽어린이도서관이 자리한 고양시는 이미 어린이·가족 단위 문화 프로그램이 활발한 도시다. 봄철이면 일산호수공원 일대에서 꽃과 야외 프로그램이 이어지고, 도서관센터는 각 권역별로 독서문화 강좌를 꾸준히 열고 있다. 실제 같은 프로그램 목록에는 주엽어린이도서관 외에도 다른 도서관들의 독서모임, 전시, 작가와의 만남이 함께 올라와 있다. 이는 도서관이 단순한 시설이 아니라 생활권 문화 플랫폼으로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아이 한 명의 오후를 바꾸는 프로그램이 결국 도시의 문화 온도를 높이는 셈이다.


이번 워크숍은 규모로 보면 크지 않다. 정원 25명, 한 번의 오후 수업이다. 하지만 어린이 문화 프로그램은 늘 이런 작은 자리에서 힘을 발휘한다. 무대가 크지 않아도 아이는 작가의 목소리를 가까이에서 듣고, 질문을 건네고, 색을 섞고, 자기 손으로 무언가를 완성해 본다. 그 경험은 책 한 권을 읽는 일과 전혀 다른 방식으로 오래 남는다. 어떤 아이에게는 일본어 그림책을 처음 듣는 날이 될 수 있고, 어떤 아이에게는 도서관에서 손과 발로 그림을 그려본 첫날이 될 수도 있다. 그런 첫 경험이 쌓일수록 도서관은 규칙의 공간이 아니라 상상력의 장소가 된다.


그림책은 종종 가장 어린 독자의 책으로 여겨지지만, 사실은 가장 넓은 감각의 예술에 가깝다. 문장을 몰라도 장면을 읽을 수 있고, 언어를 몰라도 색으로 이야기를 따라갈 수 있다. 주엽어린이도서관의 이번 프로그램은 그 단순한 사실을 아이들 몸으로 확인하게 해주는 자리다. 책은 눈으로 읽고, 색은 손으로 만지고, 상상은 발끝까지 번진다. 봄날 도서관에서 열리는 이 작은 만남이 오래 기억될 이유도 바로 거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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