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아이=김보라 기자] 강원특별자치도는 3월 5일부터 6일까지 이틀간 삼척 일원에서 18개 시군 문화예술부서 관계 공무원 8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2026년 문화예술 주요사업설명회’를 열었다. 이번 자리는 2027년도 문화예술 분야 전환사업을 안내하고, 올해 추진할 주요 시책사업을 시군과 공유하며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첫날에는 ‘현대적 로컬, 문화와 라이프스타일이 만나다’를 주제로 한 특강과 함께 사업 추진 방향 설명, 시군별 현안 공유, 자유토론이 이어졌다.
이번 설명회에서 특히 무게가 실린 대목은 문화예술 기반시설이다. 최근 시군마다 도서관과 미술관, 박물관 같은 공공 문화시설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는 가운데, 강원도는 내년도 전환사업을 준비하는 단계에서부터 철저한 수요조사와 사전 절차 이행, 도와의 사전 소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지난해 하반기부터 ‘공립 박물관 및 미술관 설립 타당성 사전평가’ 업무가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도로 이관되면서, 시군이 유념해야 할 행정 절차도 이번 회의에서 함께 안내됐다.
둘째 날 일정이 삼척 폐산업시설 문화재생사업 현장 방문으로 짜인 것도 상징적이다. 강원도 주요업무 시행계획에 따르면 이 사업은 2024년부터 2025년까지 추진되는 문화재생 사업으로, 폐도장공장 2개 동을 리모델링해 연면적 1800㎡ 규모의 테마형 문화예술 공간으로 바꾸는 내용이다. 총사업비는 115억 원이며, 국비와 도비, 시비가 함께 투입된다. 기능을 잃고 방치된 산업시설을 문화커뮤니티 공간으로 되살리는 구조라서, 많은 시군이 공모 준비와 추진 과정을 눈여겨보고 있다.
이 흐름은 강원 문화정책의 최근 방향과도 맞물린다. 강원도는 2월 9일 ‘2026년 문화예술 4대 중점 추진정책’을 발표하며, 도내 문화예술인 지원 강화와 도민 문화혜택 확대를 포함한 정책 추진 방향을 제시했다. 문서에 담긴 비전은 ‘문화와 체육으로 삶이 더 특별해지는 강원’이다.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진 시기일수록 문화가 도민의 일상 회복과 삶의 질을 떠받치는 기반이 돼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깔려 있다. 이번 설명회는 그 정책 방향을 시군 행정과 실제 사업 현장으로 이어 붙이는 작업에 가깝다.
강원은 이미 여러 문화재생 사업을 병행하고 있다. 시행계획에는 속초 대포정수장 복합문화 거점공간 조성, 동해 무릉별유천지 쇄석장 유휴공간 문화재생, 삼척 폐산업시설 문화재생사업이 함께 올라 있다. 서로 성격은 다르지만 공통점은 분명하다. 한때 산업시설이나 기반시설이었던 장소를 더 이상 방치하지 않고, 문화 향유와 커뮤니티의 공간으로 되돌리겠다는 점이다. 이는 단순한 리모델링이 아니라 지역의 기억을 지우지 않으면서도 새로운 이용 방식을 덧입히는 작업이기도 하다.
이런 변화가 중요한 이유는 문화행정이 더는 공연 몇 편, 전시 몇 건으로만 평가되지 않기 때문이다. 지역민이 일상에서 문화를 얼마나 쉽게 만나는지, 낡은 공간이 얼마나 새로운 관계를 만드는지, 생활권 안에서 문화가 얼마나 오래 머무는지가 정책의 성패를 가른다. 강원도가 설명회에서 공공 문화시설 수요와 문화재생 현장을 함께 다룬 것은, 결국 문화정책의 무게중심이 ‘행사’에서 ‘기반’으로 옮겨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삼척의 폐산업시설 현장은 그 변화를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사례 가운데 하나다.
강원의 문화정책은 늘 자연과 관광의 강세 속에서 읽혀 왔다. 하지만 올해는 조금 다른 결이 보인다. 주민이 실제로 이용할 도서관과 미술관, 시간이 멈췄던 산업시설의 재생, 시군 간 협력 체계를 더 촘촘히 세우는 방식으로 문화행정의 골격을 다듬고 있다. 겉으로는 설명회 하나처럼 보일지 몰라도, 이런 자리가 쌓일수록 현장에선 예산과 절차, 공간과 프로그램이 연결된다. 문화가 도민의 삶을 바꾼다는 말은 결국 그런 연결이 현실이 될 때 비로소 설득력을 얻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