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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황리단길 옆, 마음을 그린 전시가 열렸다

황남동행정복지센터 2층서 문해숙 작가전 ‘DRAWING MY HEART’ 개최

김보라 기자
경주 황리단길 옆, 마음을 그린 전시가 열렸다

[트래블아이=김보라 기자] 경주는 늘 큰 유적과 오래된 시간으로 먼저 불린다. 그런데 이번 봄, 사람들의 발걸음을 붙드는 곳은 황리단길 골목 가까운 행정복지센터 2층의 작은 갤러리다. 황남동 행복갤러리에서 시작된 문해숙 작가의 전시는, 화려한 관광지 사이에 숨어 있던 경주의 또 다른 얼굴을 조용히 꺼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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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남동 행복갤러리에서 마을작가 문해숙 씨의 전시 ‘DRAWING MY HEART, 내 마음을 그리다(제공=경주시)

 

경북 경주시 황남동행정복지센터가 지난 3월 3일부터 황남동 행복갤러리에서 마을작가 문해숙 씨의 전시 ‘DRAWING MY HEART, 내 마음을 그리다’를 선보이고 있다. 경주시 공식 게시물에 따르면 이번 전시는 시간과 경험 속에서 끊임없이 변화해 온 ‘내 안의 나’를 다채로운 색감과 소재로 풀어낸 자리다. 주민센터 2층에 마련된 행복갤러리는 지역의 숨은 작가와 방문객을 위해 열어 둔 생활밀착형 전시 공간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번 전시가 반가운 이유는 규모보다 거리감에 있다. 미술관이나 대형 전시장이 아니라, 일상 행정 공간 한편에서 예술을 만난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민원 보러 들른 주민도, 황리단길과 대릉원 일대를 걷다가 발길을 돌린 여행자도 어렵지 않게 작품 앞에 설 수 있다. 경주는 대릉원, 동궁과 월지, 황리단길처럼 이미 잘 알려진 시내권 관광지가 밀집한 도시다. 그래서 오히려 이런 작은 전시 공간은 ‘무엇을 더 볼까’가 아니라 ‘어떻게 머물까’를 고민하는 여행자에게 더 깊은 여운을 남긴다. 경주시는 황리단길이 ‘2025 한국 관광의 별’ 올해의 관광지에 선정됐다고 밝힌 바 있고, 시내권 핵심 여행 코스에도 대릉원과 동궁과 월지, 황리단길이 대표 동선으로 소개돼 있다.

 

전시 제목 ‘내 마음을 그리다’는 다소 조용하지만, 그 안에 담긴 감정의 결은 가볍지 않다. 하나의 고정된 자아가 아니라 살아온 시간에 따라 달라져 온 내면의 모습을 다룬다는 점에서, 이번 전시는 풍경 감상형 여행과는 다른 결의 사색을 불러낸다. 문해숙 작가는 경주시 보도자료를 통해 오랫동안 작업해 온 소중한 작품들을 전시하게 돼 뜻깊고,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전시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행정복지센터라는 장소의 성격을 생각하면 이 전시는 더 특별하다. 공공 공간이 단순 행정 서비스에 머무르지 않고, 지역민의 창작을 드러내는 문화 플랫폼으로 확장되는 장면이기 때문이다.

 

황남동 행복갤러리는 이미 여러 차례 마을작가 전시를 이어오며 생활 속 예술 공간으로 자리를 넓혀 왔다. 올해 1월에는 전시 작품 공모도 진행됐고, 지난해와 올해에도 연필 초상화전과 지역 작가전이 잇달아 열렸다. 이는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마을 단위 문화생태계를 꾸준히 만들어 가려는 흐름으로 읽힌다. 하길남 황남동장은 좋은 작품을 함께해 준 작가에게 감사드리며, 앞으로도 행복갤러리가 지역민과 함께하는 문화예술 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다양한 마을작가 발굴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작은 전시 하나가 동네의 자부심이 되고, 주민센터 한 층이 마을의 문화 사랑방이 되는 순간이다.

 

여행자의 입장에서 보면 이 전시는 경주 시내 산책에 자연스럽게 덧붙이기 좋은 코스다. 대릉원 돌담길을 따라 걷고, 황리단길의 카페와 가게들을 지나, 동궁과 월지 야경으로 하루를 마무리하기 전 잠시 들러볼 수 있는 전시다. 동궁과 월지는 경주문화관광이 대표 야경 명소로 소개하는 곳으로, 시내권 도보 동선과도 잘 이어진다. 경주의 매력은 거대한 유산만이 아니라, 그 유산 사이사이에 오늘의 생활과 감성이 여전히 살아 있다는 데 있다. 황남동 행복갤러리는 바로 그 현재형 경주를 보여주는 작은 창처럼 보인다.


경주는 늘 천년의 도시로 불리지만, 사람을 오래 붙드는 것은 꼭 오래된 것만은 아니다. 이번 봄 황남동 행복갤러리에 걸린 문해숙 작가의 작품들은, 유적과 유행 사이에서 경주가 어떻게 오늘의 감성을 품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거대한 왕릉이나 화려한 야경을 본 뒤에도 마음 한켠이 허전하다면, 그 마지막 한 칸은 이런 작은 전시가 채워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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