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아이=김보라 기자] 스마트폰을 켤 때마다 도시가 떠오르는 배경화면이 있다면, 그건 꽤 오래 남는 홍보다. 순천시는 요즘 그 가장 일상적인 화면에 도시의 계절과 풍경을 담고 있다. 손안의 배경화면 한 장으로 시민과 관광객에게 순천의 감성을 건네고, 마스코트 ‘루미뚱이’를 더 가깝게 불러들이는 방식이다.
순천시는 공식 마스코트인 ‘루미뚱이’의 친밀도를 높이고 시정 홍보를 강화하기 위해 스마트폰과 PC용 월페이퍼를 매달 제작해 무료 배포하고 있다. 공개되는 월페이퍼는 순천의 자연경관과 주요 관광지, 계절별 분위기를 반영한 일러스트로 구성되며, 공식 블로그 등을 통해 별도 로그인 없이 내려받을 수 있도록 운영되고 있다. 2월에는 설 분위기를 담은 한복 버전, 3월에는 봄기운을 앞세운 계절형 배경화면이 공개됐다.
이 시도가 눈길을 끄는 이유는 단순한 캐릭터 나열형 홍보에서 벗어났기 때문이다. 배경화면은 이용자가 매일 수십 번 마주하는 화면이다. 그 자리에 도시 이미지를 자연스럽게 스며들게 하면 관광 홍보는 훨씬 부드럽고 오래간다. 계절마다 색감과 테마를 달리한 월페이퍼는 ‘한 번 보고 지나가는 포스터’보다 생활 밀착형이다. 감성적인 디자인을 앞세운 이번 방식은 순천의 풍경을 설명하기보다 체감하게 만든다. 이런 점에서 루미뚱이 월페이퍼는 디지털 굿즈이자 도시 브랜딩 실험으로 읽힌다.
루미와 뚱이의 배경도 순천의 정체성과 맞닿아 있다. 순천시 공식 안내에 따르면 루미는 순천시의 시조이자 천연기념물인 흑두루미를, 뚱이는 순천만습지의 대표 생태자원 가운데 하나인 짱뚱어를 모티브로 만든 캐릭터다. 순천만이라는 도시의 생태 이미지를 가장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조합인 셈이다. 순천이 이 캐릭터를 앞세워 도시의 자연과 생태, 관광 이미지를 함께 전달하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실제로 순천시는 최근 루미뚱이를 단순 행사 마스코트가 아니라 활용 가능한 도시 콘텐츠 자산으로 키우는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에는 독자 상표권 확보와 온·오프라인 유통망 확장을 통해 지속 가능한 콘텐츠산업 생태계 구축에 나서겠다는 계획을 밝혔고, 앞서 2월 초에는 ‘요정 루미뚱이’를 활용한 디지털 굿즈도 선보였다. 지난해에는 카카오톡 이모티콘 무료 배포도 진행했다. 캐릭터 하나를 중심으로 배경화면, 이모티콘, 테마, 굿즈를 차례로 확장하는 방식은 도시 홍보가 이제 행정 공지의 영역을 넘어 콘텐츠 산업의 문법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런 흐름은 관광 홍보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 순천은 순천만국가정원과 순천만습지, 도심과 자연이 어우러진 풍경을 강점으로 가진 도시다. 하지만 그 매력을 늘 거대한 관광 이미지로만 전달할 필요는 없다. 월별 월페이퍼처럼 작고 반복적인 접점은 오히려 도시의 인상을 생활 속에 축적한다. 봄의 순천, 여름 저녁의 순천, 겨울의 순천을 배경화면으로 매달 새롭게 제안하는 방식은 관광지 소개를 넘어 “이 도시는 계절마다 다르다”는 감각을 자연스럽게 심어준다. 이 부분은 공개된 월페이퍼 운영 방식과 순천의 도시 브랜딩 방향을 바탕으로 한 해석이다.
순천시가 밝힌 방향도 분명하다. 시민들이 루미뚱이를 더 친근하게 느끼고, 동시에 순천의 아름다운 풍경을 일상에서 향유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앞으로도 캐릭터 IP를 적극 활용한 디지털 콘텐츠 개발을 이어가겠다는 방침은, 순천이 도시 홍보를 보다 젊고 감각적인 언어로 바꾸고 있다는 신호다. 실제로 루미뚱이는 흑두루미와 짱뚱어라는 지역 상징성을 품고 있어, 관광 홍보와 도시 정체성 전달을 함께 맡기에도 적합하다.
좋은 도시 홍보는 때로 거창한 구호보다 작은 화면 한 장에서 시작된다. 순천이 매달 배포하는 루미뚱이 월페이퍼는 그 점을 잘 보여준다. 시민은 배경화면으로 계절을 받고, 관광객은 캐릭터를 통해 도시의 첫인상을 만난다. 순천의 풍경과 생태, 감성을 가장 일상적인 방식으로 스며들게 하는 것. 루미뚱이 월페이퍼가 가진 힘은 바로 거기에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