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아이=문소지 기자] 미메시스아트뮤지엄을 보고 나오면 이상한 착각이 든다. 전시를 한 번 본 게 아니라, 전시를 두 번 보고 나온 것 같다는 느낌. 작품을 보고, 다시 건물을 봤기 때문이다. 파주 출판도시의 가장 조용한 구간에 서 있는 이 미술관은 ‘빛·건축·예술’이 한 덩어리로 움직이는 공간이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부터, 관람은 눈만이 아니라 몸 전체로 시작된다.
설계자는 세계적인 건축가 알바루 시자(Álvaro Siza). ‘건축의 마지막 거장’이라는 말이 괜히 붙은 게 아니다. 단단한 콘크리트를 마치 종이처럼 휘게 만들고, 그 곡선을 따라 시간의 빛이 스민다. 외부에서는 회백색 덩어리 두 개가 날개처럼 좌우로 벌어져, 멀리서 보면 책장을 넘기는 장면 같다. 가까이 다가갈수록 직선과 곡선이 맞물리며 ‘정지된 조각’이 아니라 ‘움직이는 장면’이 된다.
실내는 더 극적이다. 새하얀 전시공간은 자연광을 끌어들여, 아침과 오후가 서로 다른 표정을 만든다. 같은 벽, 같은 바닥인데도 빛의 각도가 바뀌면 공간의 깊이가 달라진다. 그래서 이곳에서는 작품을 보기 전에 빛을 보게 되고, 빛을 보다 다시 작품으로 돌아오게 된다. “이 미술관의 조명은 계절이다”라는 말이 과장이 아니다.
미메시스는 2005년 열린책들이 만든 예술 전문 브랜드이기도 하다. 1층 북카페에 앉아 창밖을 바라보는 시간만으로도 이곳의 성격이 읽힌다. 바쁘게 소비하기보다, 천천히 감각을 정리하는 장소. 그래도 ‘기억’을 남기고 싶다면 포토 스폿을 따라가보자. 미메시스의 얼굴, 날개, 캔버스, 전망대, 중심이라 불리는 다섯 지점은 건축의 특징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준다. 특히 3층에서 두 날개의 중심부를 내려다보면 곡면과 직각, 예각이 겹쳐진 기하학이 한 프레임에 담긴다.
3월 22일까지 이어지는 기획전 ‘DRAMA’는 서동욱·서상익·윤미류 세 작가의 작품을 통해, 회화 속 인물이 감정과 관계를 어떻게 만들어내는지 탐구한다. 인물의 표정과 거리, 배치가 만든 긴장감이 건축의 선과 만나면서 전시는 더 ‘입체’가 된다. 작품이 공간을 바꾸고, 공간이 작품의 리듬을 바꾼다.
연계 여행은 가볍게 잡는 편이 좋다. 미술관의 여운이 긴 편이라, 열화당책박물관·지혜의숲·헤이리예술마을을 ‘가까운 다음 장’처럼 붙이면 딱이다. 파주는 멀리 가서 얻는 감동이 아니라, 가까이서 오래 바라봐서 생기는 감동을 아는 도시다.
미메시스아트뮤지엄의 매력은 “멋있다”에서 끝나지 않는다. 콘크리트는 차갑다는 편견이 곡선 앞에서 풀리고, 전시는 조명으로 만든다는 상식이 자연광 앞에서 흔들린다. 전시를 보고도 건축이 더 오래 남는 날, 여행은 한 겹 더 깊어진다. 3월, 파주에서 ‘건물 자체가 작품’인 미술관을 찾는다면 이곳이 가장 설득력 있다.
[여행정보]
주소: 경기 파주시 문발로 253
문의: 031-955-4100
운영시간: (동절기) 10:00~18:00 / (하절기) 10:00~19:00, 월·화요일 휴무
이용요금: 성인 10,000원 / 청소년(14~18세) 7,000원
홈페이지: www.mimesisartmuseum.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