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아이=김보라 기자] 3월의 안산은 바람이 먼저 연해진다. 화랑유원지로 들어서면 호수 가장자리를 따라 걷는 발걸음이 느려지고, 정중앙에 자리한 경기도미술관이 시야를 채운다. 제2주차장 쪽에서 미술관을 바라보면 거대한 반투명 유리벽과 경사진 지붕을 떠받치는 구조물이 배의 돛대처럼 서 있다. 물가에 정박한 배처럼, 이 건물은 지난 20년 동안 ‘정원 한복판의 미술관’으로 시민의 시간을 받아왔다.
미술관 문을 열고 들어서면 1층 로비의 프로젝트 갤러리가 먼저 관람객을 맞는다. 벽면을 가득 채운 대형 회화는 멈칫하게 만든다. 이상남 작가의 ‘풍경의 알고리듬’은 하얀 바탕 위로 원과 직선이 교차하며 삶의 리듬과 사회의 풍경을 동시에 껴안는다. 또 하나의 상징은 어린이 벽화 ‘5만의 창, 미래의 벽’이다. 수많은 아이들의 꿈과 손길이 모여 완성된 화면은 “이곳이 지역의 미술관”임을 단번에 보여준다.
올해 미술관은 개관 20주년을 맞아 특별전 ‘흐르고 쌓이는’(3월 26일~6월 14일)을 연다. 소장품 125점을 꺼내 지난 시간을 되짚고, 앞으로 무엇을 질문할지 제시하는 전시다. 수장고의 작품은 흔히 ‘보관된 과거’로 오해되지만, 미술관이 꺼내어 다시 걸어두는 순간 현재가 된다. 전시는 그 단순한 사실을 정면으로 보여준다. 익숙한 작품도, 처음 보는 작품도 결국 한 가지 방향으로 관람객을 끌고 간다. “우리가 여기까지 오는 동안 무엇이 쌓였나”라는 질문이다.
20주년은 전시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3월에는 야외조각공원을 무대로 한 봄봄봄 프로젝트 ‘폼폼폼’이 먼저 관람의 리듬을 열고, 관객 참여형 전시 ‘지모마커넥트’ 등 연중 다섯 개 전시가 순차적으로 이어질 예정이다. 산책하듯 들어왔다가, 참여하듯 머물다 나가게 만드는 구성이다. 미술관은 조용히 ‘여행의 방식’을 바꾼다. 보는 것에서, 걷는 것으로. 걷는 것에서, 질문하는 것으로.
여행 팁도 있다. ‘경기도미술관 전시안내’ 앱을 내려받으면 실내·외 상설 작품 해설을 음성·화면·수어로 확인할 수 있어, 동행의 속도와 취향이 달라도 각자 편하게 관람을 이어갈 수 있다. 전시를 본 뒤에는 연계 코스를 붙이기 좋다. 안산산업역사박물관에서 도시의 산업 시간을 훑고, 김홍도미술관에서 ‘안산의 예술 뿌리’를 만나거나, 대부도 방향으로 넘어가 경기해양안전체험관에서 바다 안전을 체험하는 동선도 무리가 없다.
경기도미술관의 20년은 거창한 기념이 아니라, 시민이 일상 속에서 예술을 ‘한 번 더’ 만난 횟수의 합이다. 화랑호수의 물빛이 흔들리는 오후, 유리 돛대 아래에서 작품을 보고 나오면 산책의 결이 달라진다. 3월에 안산을 간다면, 이 미술관은 “전시를 보러 가는 곳”을 넘어 “하루의 속도를 바꾸는 곳”이 된다.
[기본정보]
위치: 경기 안산시 단원구 동산로 268(화랑유원지)
운영: 10:00~18:00(마지막 입장 17:00), 월요일 휴관(공휴일 예외)
관람료: 무료(전시에 따라 변동 가능) / 문의: 031-481-700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