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아이=최치선 기자] 어둠 속에서 한 점의 빛이 피어난다. 공주 국립공주박물관 전시실에서 마주한 이 장식은 단순한 금속 공예품이 아니다. 1500년의 시간을 건너 우리 앞에 다시 나타난 백제 왕실의 숨결이다.
이 유물은 백제 제25대 왕인 무령왕의 능에서 출토된 왕관 장식 가운데 하나다. 금으로 만든 나뭇가지 모양의 장식은 왕관에 꽂아 사용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마치 나무가 하늘로 뻗어 오르듯 펼쳐진 형태는 백제 장인의 섬세한 손길을 그대로 보여준다. 금속은 얇지만, 그 선은 놀라울 만큼 힘이 있다.
1971년 여름, 공주 송산리 고분군에서 우연히 발견된 무령왕릉은 한국 고고학의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도굴되지 않은 채 완전한 형태로 발견된 왕릉은 백제 문화의 정수를 세상에 드러냈다. 왕과 왕비의 관식, 금제 장신구, 청동 거울, 목관과 장례 의식까지 수많은 유물이 한꺼번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중에서도 이 왕관 장식은 백제 미학을 상징하는 작품이다. 나뭇잎과 불꽃을 닮은 문양이 반복되며 왕권의 상징성과 자연의 생명력을 동시에 담아낸다. 금빛으로 빛나는 이 장식은 왕의 권위를 드러내는 장식물이면서도 자연과 조화를 이루려 했던 백제인의 미의식을 보여준다.
백제는 화려함보다 균형을 택했던 나라였다. 과장되지 않지만 우아하고, 단순하지만 깊이가 있는 미감. 무령왕릉의 유물들은 그 조용한 아름다움을 증명한다.
전시실의 조명 아래에서 이 왕관 장식을 바라보고 있으면, 마치 왕이 잠시 왕관을 벗어 두고 떠난 자리 같은 느낌이 든다. 금빛 문양 사이로 흐르는 시간의 그림자가 천천히 움직인다.
공주는 그렇게 과거와 현재가 겹쳐지는 도시다. 금강의 물결과 공산성의 성벽, 그리고 박물관 유리 진열장 속 작은 유물 하나가 한 시대의 이야기를 다시 꺼내 보인다.
나는 잠시 발걸음을 멈춘다.
그리고 생각한다.
1500년 전 이 왕관을 만들던 장인은 지금 이 빛을 상상했을까.

![[최치선의 포토에세이] 1500년 시간을 건너온 빛, 무령왕릉 왕관 장식](https://hodabgpnhciikfrpzais.supabase.co/storage/v1/object/public/article-photos/c27bdca4-2106-4ab8-98d5-5b4b16542143/00-legacy-cover-13594.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