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아이=최치선 기자] 인스브루크의 골목을 걷다 담쟁이 덮인 건물 앞에서 발길이 멈췄다. 마당 한가운데, 묵직한 종 하나가 매달려 있다. 가까이 다가가니 금속에서 오래된 냄새가 난다. 이곳은 1599년부터 종을 만들어온 그라스마이어 종 주조 박물관. 한 가문이 400년 넘게 지켜온 소리의 집이다.
벽면에는 크고 작은 종들이 빼곡히 걸려 있다. 교회 종, 마을 종, 기념 종…. 크기만큼이나 표정도 다르다. 어떤 것은 묵묵하고, 어떤 것은 장난스러워 보인다. 종을 바라보고 있으면 금속이 아니라 사람 얼굴을 마주한 기분이 든다.
종은 불 속에서 태어난다. 청동을 녹이고 틀에 붓고, 기다린다. 그 기다림 끝에 울림이 만들어진다. 두께가 조금만 달라도 소리가 달라진다고 한다.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사람도 그렇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겉모습이 아니라 안쪽의 균형이 결국 울림을 만든다.
손바닥만 한 작은 종을 살짝 흔들어봤다. 맑은 소리가 공기 속으로 번졌다. 아주 짧았지만 마음이 고요해졌다. 종은 시간을 알리기 위해 울리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는 그 소리 앞에서 잠시 멈춘다.
여행이란 어쩌면 그런 순간을 만나는 일이다. 낯선 도시에서 울림 하나를 듣고, 괜히 마음이 정리되는 경험. 인스브루크의 종은 오늘도 묵묵히 시간을 두드리고 있다. 그리고 나는 그 소리 덕분에, 잠시 내 시간을 돌아보았다.

![[최치선의 포토에세이] 1599년부터 울린 시간의 소리…인스부르크 종 박물관](https://hodabgpnhciikfrpzais.supabase.co/storage/v1/object/public/article-photos/cdc1302d-55f0-4d3d-9211-cca055dc6803/00-legacy-cover-13549.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