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아이=최치선 기자] 전북 남원시 관광의 시계가 멈춰 선 자리에 법원의 판결이 내려앉았다. 남원시가 추진한 테마파크 사업과 관련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최종 패소하자, 남원시의회가 4일 성명을 내고 “책임 소재를 끝까지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관광 인프라의 지연이 도시의 신뢰와 재정에 어떤 파장을 남기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이다.
시의회는 모노레일 등 핵심 시설이 장기간 개통되지 못한 상황을 반복적으로 지적해 왔으나, 정책 결정 과정에 충분히 반영되지 못했다고 짚었다. 개통 지연이 길어질수록 행정 혼선과 갈등이 커지고, 그 비용이 결국 시민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는 경고도 이어왔다. 2심 판결 직후 상고 제기에 대한 전면 재검토를 요구했지만, 의회의 문제 제기는 실질적인 제어력으로 작동하지 못했다는 자성도 담겼다.
대법원은 남원테마파크 사업에 투자한 금융기관 등이 관광시설물의 사용 허가를 내주지 않은 남원시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승소를 확정했다. 이에 따라 남원시는 대출 원리금과 지연이자를 포함해 약 505억 원을 배상해야 한다. 시의회는 이번 판결로 막대한 재정 부담이 발생한 점에 유감을 표하며, 집행부에 모든 주요 결정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명확한 책임을 질 것을 요구했다. 감사원 공익감사 청구를 포함한 후속 조치도 예고했다.
문제의 테마파크는 남원시가 민간 사업자와 협력해 광한루원 맞은편에 모노레일과 집와이어 등 체험 시설을 조성하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사용 허가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소송으로 비화했고, 관광 동선의 연결고리는 끊겼다. 남원은 춘향과 광한루로 상징되는 서사의 도시다. 그 서사를 확장할 현대적 장치가 제때 작동하지 못한 대가는 컸다.
여행은 신뢰 위에서 완성된다. 일정이 예측 가능해야 하고, 시설은 약속한 때에 열려야 한다. 관광 행정의 지연은 곧 여행자의 선택에서 배제되는 결과로 이어진다. 이번 사안은 단일 사업의 성패를 넘어, 공공 관광사업의 의사결정과 책임 구조를 되돌아보게 한다.
남원의 풍경은 여전히 아름답다. 그러나 관광의 경쟁력은 풍경만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멈춘 레일이 다시 움직이려면, 투명한 결정과 책임 있는 행정이 먼저다. 남원이 잃어버린 시간을 어떻게 회복할지, 그 답은 지금의 선택에 달려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