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아이=최치선 기자] 전남 곡성군의 일상적인 동선 위에 사유의 장면이 놓였다. 곡성군이 운영하는 갤러리 107과 스트리트 갤러리 4동에서 5일부터 25일까지 윤우제 작가의 개인전 ‘가림의 본능’이 열린다. 전시는 무료로 관람할 수 있으며, 평일에 문을 연다.
윤우제는 전남대학교 미술학과와 박사과정을 마친 뒤 개인전 14회, 단체전 약 140회를 이어온 작가다. 광주미술상 허백련미술상 특별상, 배동신 미술제 최우수상 등 수상 이력도 갖췄다. 현재는 광주청년미술작가회와 전통과 형상회, 예맥회, 그룹 새벽에서 활동하며 교육 현장에서도 작업을 병행한다. 지역과 교육, 전시를 오가는 그의 행보는 작품 세계의 확장과 맞닿아 있다.
이번 전시에는 회화 44점이 소개된다. 작가는 인간이 불편한 진실이나 변화 앞에서 즉각 마주하기보다 익숙한 체계와 방식에 의존해 회피하는 경향을 포착한다. 이상기후라는 현실을 ‘실링팬’이라는 소재로 형상화해, 더위 속에서 돌아가는 장치의 아이러니를 드러낸다. 시원함을 약속하지만 근본을 바꾸지는 못하는 장치처럼,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불편함을 가리는 태도가 화면 위에 겹겹이 쌓인다.
회화는 설명 대신 질문을 택한다. 무엇을 보고 있고, 무엇을 가리고 있는지 묻는다. 팬의 회전은 시간의 지연처럼 느껴지고, 화면의 리듬은 현실 인식의 간극을 환기한다. 곡성의 전시 공간은 화이트 큐브에 머물지 않는다. 거리와 맞닿은 스트리트 갤러리는 작품을 생활의 시선으로 끌어당기며, 관람자는 잠시 멈춰 서서 화면과 마주하게 된다.
곡성군 관계자는 “작가는 가림의 태도를 회화적으로 시각화해 우리가 불편함을 직면하는지, 아니면 예술과 장치를 통해 미루는지 묻는다”고 설명했다. 지역 문화공간이 던지는 질문은 크지 않지만 선명하다.
여행은 풍경을 소비하는 일이 아니라 생각의 속도를 바꾸는 경험이기도 하다. 곡성의 작은 갤러리에서 만나는 ‘가림의 본능’은 시원함 뒤에 숨은 현실을 조용히 드러낸다. 잠시 멈춰 서서, 무엇을 가리고 살아왔는지 돌아보게 만드는 전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