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아이=최치선 기자] 해가 지기 시작하면, 코타키나발루의 바다는 스스로를 낮춘다. 파도는 목소리를 줄이고, 하늘은 그 틈을 빌려 색을 꺼낸다. 세계 3대 선셋 중 하나로 불리는 이곳의 저녁은 명성보다 먼저 감각으로 도착한다. 설명하기 전에 이미 마음이 반응한다.
현장에서 본 선셋은 지금껏 볼 수 없었던 색으로 하늘과 바다를 물들이고 있었다. 붉음은 불처럼 타오르다 이내 금빛으로 식고, 푸름은 밤을 재촉하지 않고 천천히 깊어진다. 그 경계에서 주황과 보라가 겹쳐질 때, 하루는 가장 아름다운 방식으로 끝을 선택한다.
수평선 앞에 선 사람들은 모두 같은 방향으로 침묵한다. 노를 멈춘 손, 카메라를 내린 시선, 말 대신 숨을 고르는 시간. 이곳의 선셋은 ‘보는 장면’이 아니라 ‘함께 머무는 순간’이 된다. 바다는 빛을 받아 적고, 그 기록이 사라질 것을 알면서도 끝까지 정성스럽다.
해가 완전히 사라진 뒤에도 여운은 남아, 밤의 첫 풍경이 된다. 그래서 코타키나발루의 선셋은 기억의 방식으로 오래 산다. 여행이 지나간 뒤에도, 마음 한켠에서 다시 저무는 저녁으로.

![[최치선의 포토에세이] 하루가 가장 아름답게 끝나는 곳, 코타키나발루 선셋](https://hodabgpnhciikfrpzais.supabase.co/storage/v1/object/public/article-photos/0e2bff18-bfb0-4472-b09b-85485b1affe2/00-legacy-cover-13464.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