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아이=김보라 기자] 강원 화천의 겨울은 유난히 길었다. 그 시간의 한가운데서, 13살 소년이 매일같이 얼음 위에 섰다. 화천산천어축제를 향한 이은성(13·서울 양천구) 군의 사랑이 축제장을 따뜻하게 만들었다.
올해 중학생이 되는 이 군은 축제 개막 하루 전인 지난 9일, 아버지 이용민 씨와 함께 화천을 찾았다. 네 살 때 처음 아버지의 손을 잡고 축제장을 찾은 이후 해마다 짧게 머물던 방문과는 달랐다. 중학교 입학을 앞둔 해, 이 군은 축제 전 기간인 23일 동안 주·야간 얼음낚시에 도전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를 위해 폐막일인 2월 1일까지 인근 펜션에 머물며 하루도 빠짐없이 산천어 낚시터로 향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매일같이 얼음 위에서 시간을 보내며 낚싯대를 드리운 덕분에 이 군의 손놀림은 어느새 능숙해졌다. 주변에서는 ‘달인’이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왔다. 그러나 더 인상적인 장면은 따로 있었다. 이 군이 낚아 올린 산천어의 상당수는 아직 손맛을 보지 못한 이들에게 건네졌다. 낯선 이들과의 짧은 대화, 얼음 위에서 나누는 웃음이 축제의 또 다른 풍경이 됐다.
이야기는 축제 운영진의 귀에도 닿았다. (재)나라는 이 군의 사연을 접하고, 1일 오후 6시 축제장 특설무대에서 열린 폐막식에서 이 군을 명예 산천어축제 홍보대사로 위촉했다. 한 아이의 꾸준한 발걸음이 축제의 가치를 설명하는 상징이 된 순간이었다.
화천산천어축제는 매년 수많은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겨울 대표 행사로 자리 잡았다. 얼음낚시와 체험 프로그램, 지역 주민의 참여가 어우러지며 ‘머무는 축제’의 모습을 만들어왔다. 이 군의 도전은 그 축제가 단순한 이벤트를 넘어, 사람과 사람을 잇는 공간임을 보여준다.
이은성 군은 “매일 해도 산천어 얼음낚시는 정말 재미있다”며 “내년에도 아빠와 함께 다시 화천을 찾고 싶다”고 말했다. 최문순 (재)나라 이사장은 “이 군이 내년에도 변함없이 건강한 모습으로 화천을 찾아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얼음 위에서 보낸 스물세 번의 하루는 낚시 기록보다 긴 이야기를 남겼다. 한 소년이 겨울을 견디며 배운 것은 기다림과 나눔이었다. 화천의 얼음은 다시 녹겠지만, 그 위에서 자란 추억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