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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에세이

[최치선의 포토에세이] 화천...연꽃을 지나, 사랑나무에게 닿다

최치선 기자
[최치선의 포토에세이] 화천...연꽃을 지나, 사랑나무에게 닿다

화천의 연꽃단지는 물 위에 시간을 풀어놓은 장소다. 연잎은 서로의 그늘을 빌려 하루를 버티고, 꽃은 서두르지 않은 채 계절의 약속을 지킨다. 분홍빛 꽃잎 사이로 스며드는 바람은 낮은 목소리로 말을 건다. 여름은 이렇게 피어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물 위에 반사된 하늘은 조금 흐릿하고, 그 흐림이 오히려 풍경을 오래 붙잡는다. 이곳에서는 걷는 사람도 자연스레 속도를 낮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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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천 연꽃단지 풍경(사진=최치선 기자)

 

연꽃단지를 나서 차에 오르면, 풍경은 다시 이동한다. 도로를 따라 10여 분, 산자락이 바뀌고 하늘의 결이 달라질 즈음 파크골프장이 나타난다. 넓은 잔디 위에 홀처럼 남겨진 여백들, 그리고 그 한가운데 서 있는 사랑나무. 연꽃이 물의 언어라면, 이 나무는 땅의 문장이다. 혼자 서 있으면서도 외롭지 않은 모양, 그늘을 나누는 방식이 오래된 사람 같다.

 

 

사랑나무 아래에서는 승부도 기록도 잠시 내려놓게 된다. 바람에 흔들리는 잎 사이로 빛이 떨어지고, 지나가는 이들의 시선이 나무에 한 번쯤 머문다. 연꽃단지에서 배운 느린 호흡이 이곳에서 비로소 몸에 남는다. 화천의 여행은 이렇게 장면과 장면 사이에 거리를 둔다. 그 덕분에 풍경은 섞이지 않고, 기억은 또렷해진다. 돌아오는 길, 마음속에는 물 위의 꽃과 들판의 나무가 각자의 자리에서 조용히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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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천 파크골프장 사랑나무 풍경(사진=최치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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