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천의 연꽃단지는 물 위에 시간을 풀어놓은 장소다. 연잎은 서로의 그늘을 빌려 하루를 버티고, 꽃은 서두르지 않은 채 계절의 약속을 지킨다. 분홍빛 꽃잎 사이로 스며드는 바람은 낮은 목소리로 말을 건다. 여름은 이렇게 피어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물 위에 반사된 하늘은 조금 흐릿하고, 그 흐림이 오히려 풍경을 오래 붙잡는다. 이곳에서는 걷는 사람도 자연스레 속도를 낮춘다.
연꽃단지를 나서 차에 오르면, 풍경은 다시 이동한다. 도로를 따라 10여 분, 산자락이 바뀌고 하늘의 결이 달라질 즈음 파크골프장이 나타난다. 넓은 잔디 위에 홀처럼 남겨진 여백들, 그리고 그 한가운데 서 있는 사랑나무. 연꽃이 물의 언어라면, 이 나무는 땅의 문장이다. 혼자 서 있으면서도 외롭지 않은 모양, 그늘을 나누는 방식이 오래된 사람 같다.
사랑나무 아래에서는 승부도 기록도 잠시 내려놓게 된다. 바람에 흔들리는 잎 사이로 빛이 떨어지고, 지나가는 이들의 시선이 나무에 한 번쯤 머문다. 연꽃단지에서 배운 느린 호흡이 이곳에서 비로소 몸에 남는다. 화천의 여행은 이렇게 장면과 장면 사이에 거리를 둔다. 그 덕분에 풍경은 섞이지 않고, 기억은 또렷해진다. 돌아오는 길, 마음속에는 물 위의 꽃과 들판의 나무가 각자의 자리에서 조용히 남아 있다.

![[최치선의 포토에세이] 화천...연꽃을 지나, 사랑나무에게 닿다](https://hodabgpnhciikfrpzais.supabase.co/storage/v1/object/public/article-photos/966cb935-1417-44bc-84a0-7d0a30e7dde0/00-legacy-cover-13454.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