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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에세이

[최치선의 포토에세이] 청주 청남대와 문의문화유산단지를 걸으며

성벽 위의 바람, 호수에 남다

최치선 기자
[최치선의 포토에세이] 청주 청남대와 문의문화유산단지를 걸으며

[트래블아이=최치선 기자] 성벽 위에 서면 시간은 먼저 고개를 숙인다. 문의문화유산단지의 돌담은 말없이 이어져 왔고, 그 위로 바람이 흐르며 지나간 삶의 결을 더듬는다. 손바닥만 한 돌들이 층층이 쌓여 만든 곡선은 방어의 선이면서 동시에 풍경을 품는 액자다. 담 너머로 기와지붕의 선이 낮게 숨을 고르고, 숲의 초록은 계절의 온도를 바꾸며 성벽을 감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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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의문화유산단지(사진=최치선 기자)

 

대청호는 그 아래에서 넓게 숨 쉰다. 물 위로 솟아오른 분수는 한순간의 환호처럼 하늘을 찌르고, 곧 물로 돌아가 호수의 표정을 고요하게 정리한다. 산은 물에 비친 자신의 그림자를 오래 바라보고, 나무들은 그 사이에서 잎의 소리를 낮춘다. 이곳의 역사는 웅변하지 않는다. 대신 오래된 돌과 새 물결이 서로를 비춰 보며 오늘을 만든다.

 

걷는 동안 발밑의 자갈이 시간을 흔들고, 시선은 자연스레 다음 풍경으로 옮겨진다. 성벽의 끝과 호수의 시작이 맞닿는 자리에서, 나는 나의 속도를 내려놓는다. 떠난다는 것은 멀어지는 일이 아니라, 이렇게 남겨진 여백을 마음에 들이는 일임을 알게 되면서 청남대의 바람은 돌아가는 길에도 한동안 등을 밀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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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청호 풍경(사진=최치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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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의문화유산단지 성루에서 바라본 대청호 풍경(사진=최치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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