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아이=김보라 기자] 겨울의 강원은 풍경이 말을 아낀다. 대신 깊어진다. 강원특별자치도와 강원관광재단이 ‘2026 강원 방문의 해’ 2월 추천 여행지로 철원군과 원주시를 선정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얼어붙은 강 위를 걷는 체험과 눈 덮인 산사에서의 고요한 휴식, 서로 다른 결의 겨울이 한 달의 여행지로 나란히 제안됐다.
철원의 대표 코스인 한탄강 물윗길은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등재된 한탄강 주상절리를 물 위에서 감상하는 총 8.5㎞의 트레킹 길이다. 매년 10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만 한시적으로 운영되는 이 길은 겨울 한탄강이 허락하는 가장 특별한 접근 방식이다. 얼어붙은 강 위에 설치된 부교를 따라 걸으며 협곡을 올려다보면, 화산 활동이 남긴 현무암 절벽과 시간의 층위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눈이 내린 날에는 강과 절벽, 하늘의 경계가 흐려지며 풍경은 한층 입체적으로 다가온다.
물윗길 여정에 깊이를 더하는 장소들도 곳곳에 이어진다. ‘별들로 이루어진 길’이라는 뜻을 지닌 철원한탄강 은하수교는 길이 180m의 현수교로, 협곡 위를 가로지르며 한탄강 유역의 장대한 스케일을 한눈에 담게 한다. 횃불 형상의 횃불전망대는 3·1 만세운동과 정전협정이라는 역사적 기억을 상징적으로 품은 공간으로, 자연과 분단의 시간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묵직한 울림을 전한다.
도보 여행을 마친 뒤에는 철원의 또 다른 얼굴이 이어진다. 1930년대 시가지를 재현한 철원역사문화공원은 근대 도시의 흔적을 따라 걷는 시간 여행을 선사한다. 소이산 모노레일을 타고 오르면 철원평야와 북녘 땅이 시야에 들어오고, 궁예왕의 역사를 풀어낸 태봉국 궁예왕 역사공원에서는 철원이 품은 고대사의 결을 만날 수 있다. 원시 생태계의 보고로 꼽히는 DMZ생태평화공원은 이 지역이 지닌 자연 보전의 가치를 조용히 증명한다.
원주의 겨울은 결이 다르다. 추천 여행지인 치악산과 구룡사는 산자락 아래서 하루의 속도를 늦추는 힐링 코스다. 비로봉을 중심으로 이어지는 설산의 능선과 신라 시대에 창건된 천년 고찰 구룡사는 눈꽃이 내려앉은 아침이면 더욱 고요해진다. 종소리와 발자국 소리만 남은 경내를 걷다 보면, 겨울이 오히려 마음을 데우는 계절임을 실감하게 된다.
사찰에서 내려와서는 예술과 도시의 풍경이 이어진다.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뮤지엄산은 자연과 건축, 명상이 어우러진 공간으로, 겨울 햇살 속에서 건축의 선과 여백을 음미하기에 좋다. 조선시대 관찰사 관청이었던 강원감영은 해 질 무렵 한옥의 윤곽이 또렷해지며 도심 속 고요한 야경을 선사한다. 활동적인 여행을 원한다면 오크밸리에서 겨울 레저를 즐기는 선택지도 가능하다.
여행은 결국 속도의 문제다. 철원에서는 물 위를 걸으며 자연의 시간을 체감하고, 원주에서는 산사에 머물며 마음의 호흡을 고른다. 강원이 2월의 추천 여행지로 제안한 두 도시는 겨울을 소비하지 않고, 겨울과 함께 머무는 법을 보여준다. 계절의 끝자락에서 만나는 이 풍경들은 오래 남는 기억이 되어 여행자를 다시 강원으로 부를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