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아이=김보라 기자] 해가 기울 무렵, 전시장의 커튼이 열리면 호수와 예술이 하나의 풍경으로 이어진다. 전남 순천의 ‘해 지면 열리는 미술관’이 2026년 1월 신경욱 작가의 개인전을 시작으로 매달 새로운 전시를 선보인다. 낮과 밤이 다른 감상 방식을 품은 이 공간은 일상 속 예술 여행지로 자리 잡고 있다.
순천시는 조례호수도서관 옆 야외 전시 공간 ‘해 지면 열리는 미술관’에서 2026년 1월부터 월별 기획전을 운영할 계획이다. 새해 첫 전시는 서양화가 신경욱 작가의 개인전 「내 마음의 노래(Songs in My Mind)」다. 조용한 호숫가 산책길에 예술을 더해, 시민과 여행객 모두에게 색다른 감상의 시간을 제안한다.
‘해 지면 열리는 미술관’은 2018년 독서대전에 사용됐던 컨테이너를 재활용해 조성된 공간이다. 2019년 문을 연 이후 지역 예술 활성화를 목표로 운영되며, 도서관과 공원이 맞닿은 입지 덕분에 산책과 전시 관람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건축적 장치보다는 시간의 흐름을 전시의 일부로 삼은 점이 이 공간의 특징이다.
낮에는 작품 보호를 위해 암막 커튼이 내려지고, 작은 구멍을 통해 부분적인 감상만 가능하다. 반면 해가 지면 커튼이 전면 개방되며 전시는 호수공원 풍경 속으로 스며든다. 조명이 켜진 작품과 물가의 어둠이 대비를 이루면서, 같은 작품도 전혀 다른 인상을 남긴다. 관람 시간에 제약이 없어 24시간 언제든 예술을 만날 수 있다는 점도 이곳만의 매력이다.
1월 전시 「내 마음의 노래」는 음악을 회화 언어로 풀어낸 작업들로 구성된다. 피아노와 악보, 선율의 이미지를 담은 작품들은 감정의 흐름을 ‘노래’처럼 시각화한다. 대표작 「내 마음의 노래」를 중심으로, 작가가 쌓아온 사유와 정서가 화면 위에서 조용히 울린다. 음악을 듣듯 그림을 바라보는 경험이 전시의 핵심이다.
2월에는 김지연 작가의 ‘자연 공존’을 주제로 한 전시가 이어진다. 이후에도 자연과 인물, 반려동물 등 일상과 맞닿은 주제들이 순차적으로 소개될 예정이다. 순천시는 이 공간을 통해 전문 미술관과는 다른, 생활 속 전시 모델을 꾸준히 확장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도서관 관계자는 “해 지면 열리는 미술관은 시민들이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예술을 만나는 공간”이라며 “앞으로도 지역 작가와 시민을 잇는 생활 문화의 장으로 운영하겠다”고 말했다. 낮과 밤이 교차하는 호숫가에서, 순천의 예술 여행은 조용히 이어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