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아이=김보라 기자] 경남도가 예술가의 창작 방식과 시간을 근본부터 다시 설계한다. 단기 체류 중심이던 레지던스 운영을 장기 입주형으로 전환하고, 청년과 지역 예술가 비중을 대폭 늘린다. 창작 공간을 ‘잠시 머무는 장소’가 아닌 ‘생활하며 작업하는 현장’으로 바꾸겠다는 취지다.
경남도와 경남문화예술진흥원은 ‘2026 레지던스 프로그램 지원사업’에 참여할 운영단체와 기초문화재단을 공개 모집한다고 밝혔다. 이 사업은 예술가에게 안정적인 창작 공간을 제공하고, 지역 안에서 지속적인 창작 활동이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 목적이 있다.
2026년 사업의 가장 큰 변화는 운영 방식의 전환이다. 그동안 일부 레지던스에서 운영되던 3개월 단기 프로그램을 폐지하고, 모든 입주 작가가 6개월 이상 체류하는 장기 입주형 레지던스로 개편했다. 짧은 체류 기간 동안 결과를 내야 했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충분한 시간 속에서 작품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도록 구조를 바꾼 것이다.
지원 규모도 확대됐다. 총 4억 원 규모의 예산으로 도내에서 레지던스 운영 역량을 갖춘 전문예술단체와 기초문화재단 6곳을 선정해 지원할 계획이다. 선정된 기관에는 프로그램 운영비뿐 아니라 입주 작가를 위한 창작지원금과 재료비가 함께 지원된다.
청년 예술가 육성 기조도 한층 강화됐다. 입주 작가 선발 시 청년 예술가 의무 비율을 기존 70%에서 85% 이상으로 상향했고, 도내 작가 비율 역시 65% 이상으로 유지하도록 했다. 지역에서 활동하는 예술가들이 지역 공간에서 작업하고, 다시 지역으로 환류되는 구조를 정착시키겠다는 의도다.
프로그램 내용 역시 단순한 공간 제공을 넘어선다. 비평가 매칭, 오픈 스튜디오, 성과 전시 등 창작 역량을 확장할 수 있는 프로그램 운영이 필수로 포함된다. 외부와의 교류를 통해 작업을 점검하고, 결과물을 공유하는 과정까지 하나의 창작 과정으로 본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공모 대상도 확대됐다. 기존에는 일정 기간 이상의 활동 실적을 요구했지만, 이번에는 레지던스 시설을 갖춘 전문예술단체와 기초문화재단까지 참여 범위를 넓혔다. 특히 군 단위 지역이나 도서·산간지역에 위치한 단체에는 가산점을 부여해 지역 간 문화 격차를 완화하는 데도 초점을 맞췄다.
사업 신청은 2월 9일까지 국가문화예술지원시스템(NCAS)을 통해 온라인으로 진행된다. 사업 전반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한 설명회는 1월 16일 오전 11시, 동남아트센터 2층 배움터에서 열린다.
김종부 경남문화예술진흥원장은 “2026년 레지던스 사업은 예술가가 머무는 시간 자체를 창작의 일부로 인정하는 방향으로 설계됐다”며 “지역의 개성과 공간적 특색을 살린 레지던스가 경남 곳곳에서 자리 잡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짧은 체류 대신 긴 호흡을 선택한 이번 변화가, 지역 예술의 밀도를 어떻게 바꿀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