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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술여행] 삼산주조장 해남막걸리, 두륜산 지하수가 빚은 깊은 맛의 계보

최치선 기자
[우리술여행] 삼산주조장 해남막걸리, 두륜산 지하수가 빚은 깊은 맛의 계보

[트래블아이=최치선 기자] 전남 해남 삼산면, 두륜산 자락 아래 자리한 삼산주조장의 막걸리는 한 모금보다 그 뒤가 더 오래 남는다. 이유를 묻자 이곳 사람들은 한결같이 “물”이라고 답한다. 6개월마다 수질 검사를 받는 번거로움을 감수하면서도 3대, 이제는 3대째 같은 지하수를 고집하는 이유다. 해남막걸리의 깊은 맛은 그렇게 물에서 시작돼, 시간으로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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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산주조장 간판(사진=최치선 기자)

 

술은 결국 물의 또 다른 얼굴이다. 삼산주조장은 이 단순한 진리를 가장 오래, 가장 성실하게 지켜왔다. 1950년 조부가 터를 닦은 이후, 발효에 쓰인 물은 한 번도 바뀐 적이 없다. 두륜산에서 내려오는 지하수는 미네랄 밸런스가 안정적이고, 발효 과정에서 잡맛을 만들지 않는다. 그래서 이곳의 막걸리는 첫맛보다 뒷맛이 좋고, 마신 뒤 몸이 편안하다.

 

현재 양조장을 이끄는 이는 한홍희 대표다. 하지만 삼산주조장은 한 사람의 이름보다 가족의 시간으로 설명되는 공간에 가깝다. 고령의 부모를 대신해 가업을 잇기 전,  30여 년 동안 금융회사에서 일을 하고 있던 한 대표보다  아내가 먼저 고향으로 내려와 제조 비법을 배우고 전통주 관련 자격증을 취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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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산주조장 한홍희 대표의 조카 민석훈 실장이 해남막걸리를 소개하고 있다(사진=최치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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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산주조장에서 생산되는 해남막걸리(제공=삼산주조장)

 

대표작 ‘해남 찹쌀 생막걸리 9도’는 해남산 찹쌀과 햅쌀, 누룩만으로 720시간 이상 장기 발효·숙성한 무감미료 술이다. 도수가 높아질수록 알코올의 날카로움은 사라지고, 쌀 본연의 깊이가 살아난다는 이곳의 믿음이 고스란히 담겼다. 실제로 9도는 부드러운 목 넘김과 은은한 누룩향, 청량한 마무리로 “술은 요리와 함께 완성된다”는 철학을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2024 대한민국 우리술 품평회 고도탁주 부문 대상은 그 결과였다.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삼산주조장의 또 다른 얼굴은 12도 막걸리다. 흔히 도수가 높으면 거칠 것이라 생각하지만, 이 술은 정반대다. 첫 모금에는 찹쌀의 단맛이 천천히 올라오고, 이어지는 질감은 놀랄 만큼 둥글다. 알코올의 존재감은 앞서 나서지 않고, 발효가 만든 구조 속에 조용히 녹아 있다. 향은 9도보다 농밀하다. 누룩의 고소함 위에 곡물의 단향, 당귀에서 비롯된 잔잔한 한방 향이 겹겹이 쌓인다. 목을 넘긴 뒤에도 자극보다 여운이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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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산주조장에서 사용하던 막걸리 발효 항아리(제공=삼산주조장)

 

한홍희 대표는 12도를 이렇게 설명한다. “도수를 올린 게 아니라, 시간을 더 준 술입니다.” 주정을 섞어 도수만 높인 술이 아니라, 발효를 충분히 기다린 결과라는 뜻이다. 그래서 애주가들 사이에서는 “오히려 6도 막걸리보다 편하다”는 말이 나온다. 음식과의 궁합도 분명하다. 9도가 일상의 반찬과 잘 어울린다면, 12도는 홍어회무침이나 묵은지, 기름기 있는 전처럼 남도의 맛과 만나 힘을 얻는다. 술이 안주를 밀어내지 않고, 안주 또한 술의 향을 가리지 않는다.

 

삼산주조장의 풍경에는 시간이 쌓여 있다. 1935년에 지어진 옛 건물은 원형 보존이 어려워 신축했지만, 그 모습은 그림으로 남아 사무실 벽을 지킨다. 1970년대까지 쓰이던 커다란 술독은 마당의 테이블이 됐다. 자전거에 막걸리 통 여덟 개를 매달고 배달을 다녔다는 이야기도, 이곳에서는 전설이 아니라 기억이다. 그 기억 위에 지금은 네 번째 세대의 손길이 더해지고 있다.


해남 삼산주조장의 막걸리는 빠르게 변하지 않는다. 대신 물을 지키고, 사람을 잇는다. 6개월마다 검사받는 지하수, 720시간을 기다리는 발효, 4대가 이어온 손길. 그 수고 덕분에 해남막걸리는 오늘도 믿고 마실 수 있는 술이 된다. 물에서 시작된 한 사발의 막걸리, 그 깊은 맛은 그렇게 모두에게 사랑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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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남막걸리 9도 12도(사진=최치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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