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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에세이

[최치선의 포토에세이] 제주 금오름의 비상

최치선 기자
[최치선의 포토에세이] 제주 금오름의  비상

금오름 정상에 서면, 제주의 바람이 먼저 말을 건다. 바람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이곳에서는 풍경을 얻는다. 하늘을 가르는 패러글라이더의 곡선, 그 아래로 매달린 작은 인간의 실루엣이 바로 바람의 얼굴이다. 푸른 하늘을 캔버스 삼아 붉고 초록의 날개들이 천천히, 그러나 확신에 찬 궤적을 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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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금오름 패러글라이딩 활공장은 자유와 낭만으로 꽉 차있었다(사진=최치선 기자)

 

발아래로는 억새가 물결친다. 가을을 닮은 은빛 억새는 금오름의 능선을 따라 숨을 고르듯 흔들리고, 그 너머로 제주의 바다는 끝없이 펼쳐진다. 육지와 바다, 하늘이 한 화면 안에서 겹겹이 포개지는 순간이다. 

 

이곳에서는 풍경이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시간마저 느리게 만드는 장치가 된다.

패러글라이딩 활공장은 출발점이자 경계선이다. 땅을 박차는 순간, 사람은 중력을 잠시 내려놓고 바람에게 몸을 맡긴다. 날개 아래로 작아지는 오름과 마을, 점처럼 흩어지는 길들. 그 모든 것은 ‘멀어짐’이 아니라, 오히려 제주의 본질에 더 가까워지는 과정처럼 보인다.

 

금오름에서 바라본 하늘은 푸르렀고, 바다는 하늘을 닮아 파랗게 물들고 있었다. 그리고 그 사이를 가로지르는 인간의 비행은, 제주의 자연 앞에서 우리가 얼마나 겸손해질 수 있는지를 조용히 일깨운다. 날아오르되 소유하지 않고, 바라보되 훼손하지 않는 여행. 금오름의 하늘은 오늘도 그런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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