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아이=최치선 기자] 가평 연인산과 명지산 자락, 물 맑은 하천을 끼고 자리한 국도양조장에는 유난히 고요한 시간이 흐른다. 이곳에서 정의현 대표는 지금도 혼자 막걸리를 빚는다. 쌀을 고르고, 네 번의 담금을 거쳐 술을 완성하는 전 과정이 그의 손을 거친다. 사람을 늘리기보다, 속도를 높이기보다, 그는 끝까지 ‘혼자 책임지는 방식’을 선택했다.
“술은 결국 누가 어떻게 빚었는지가 남습니다. 손이 많아질수록 맛은 평균으로 가더라고요.”
정 대표의 말에는 지난 시간이 응축돼 있다. 가평산 멥쌀과 찹쌀, 우리밀로 만든 전통누룩, 토종 효모만을 사용하는 사양주. 인공감미료와 첨가물은 배제한다. 국도막걸리는 그렇게 가장 원초적인 방향으로만 나아간다. 11.5°는 요거트처럼 진득하고 농익은 단맛이 깊다. 9°는 균형과 매끄러움이 편안하고, 6°는 우유처럼 부드럽다. “얼음을 넣으면 술의 결이 또렷해집니다.”
이 고집은 우연에서 시작됐다. 스물넷, 고문헌을 바탕으로 빚은 전통주 연구가의 동동주 한 잔. 그날 이후 그는 15년을 전통주에 바쳤다. 민간 교육기관에서 전통주 공부를 시작해 전국의 술대회를 2년동안 섭렵한 그는 국립농업과학원에 들어가 전문연구원으로 8년간 전통주와 전통발효제, 한국와인연구에 매진했다. 또한 동시에 전북대 식품공학과에 진학해 석사학위를 받고 졸업했다. 정 대표는 그 시간 동안 전국의 술과 쌀을 몸으로 익혔다.
“ 전문 연구원으로 일하며 대학을 다닐때에도 양조장과 제품의 구상을 정리했습니다. 그리고 쌀의 양조적성을 연구하면서 삼광쌀이 가장 적합하다는 결론을 얻었습니다. 국도의 뼈대가 된 쌀이죠.”
본격적으로 양조장을 시작하기 위해 2019년 말에 연구원을 그만두고 가평으로 올라와 양조장을 준비한 정대표는 1년여간 직접 공사, 시공하며 자신의 지식과 경험을 토대로 만든 국도양조장을 21년 8월 오픈했다. 그렇게 시작한 국도막걸리는 가평을 찾는 여행자들에게 입소문을 타며 알려졌다. 그 결과 23년도 경기술페스타-경기주류대상에서 탁주 부문 대상을 수상하기에 이른다.
“상을 목표로 하진 않았어요. 다만 그간의 노력이 인정받는 것 같아 기뻤습니다.”
그 수상은 국도막걸리가 취향이 아닌 ‘완성도’로 인정받았다는 증명이었다.
그러나 그는 멈추지 않았다. 정 대표는 양조장의 시작부터 술을 빚는 양조가에 머무르지 않고 직접 상품화를 시작했다. 국도(麴稻)라는 이름의 의미를 정리하고 로고 디자인을 기획하고, 병 라벨과 패키지 굿즈의 디자인까지 모두 직접했다.
“술이 소비자에게 닿는 순간까지가 양조라고 생각합니다. 철학이 흐트러지지 않게 하려면 직접 할 수밖에 없었어요.”
가평군청과 가평농업기술센터의 지원으로 꾸준히 설비를 확장하고 지자체가 성심껏 준비한 지역 축제의 농민 장터를 통해 폭넓은 소비자와 만났다. 국도양조장의 성장에 지자체가 큰 도움이 되었다고 정 대표는 말했다.
국도막걸리를 꾸준히 찾는 이들 대부분은 가평을 여행하다 우연히 이 술을 만난 사람들이다. 로컬의 시간과 손맛이 전국으로 퍼져나간 셈이다.
정 대표는 앞으로 체험 양조장, 막걸리와 어울리는 스모크 하우스, 가평의 자두와 사과로 확장하는 증류주 구상까지 하고 있다.
“막걸리는 아직 보여줄 게 많습니다. 이 술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끝까지 보고 싶어요.”
정의현 대표는 마지막으로 조용히 개인적인 이야기를 꺼냈다. “2024년에 결혼한 아내의 도움이 정말 큽니다. 혼자 술을 빚고, 브랜드를 지켜오는 과정이 쉽지 않았는데 곁에서 묵묵히 응원해 주는 사람이 있다는 게 큰 힘이 됩니다.” 1인 양조가의 고된 일상 뒤에는 이제 든든한 동반자가 함께하고 있다.
새해를 맞은 그는 또 하나의 목표를 밝혔다. “지금까지는 제가 감당할 수 있는 선에서 천천히 왔다면, 이제는 국도막걸리를 더 많은 사람들에게 소개하고 싶습니다.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생산량을 조금씩 늘리고, 유통도 단계적으로 확장해볼 생각입니다.”
혼자서 빚어온 술, 혼자서 지켜온 철학. 그리고 이제는 함께 나아갈 시간. 국도막걸리는 그렇게 또 한 번의 담금을 준비하고 있다.

![[우리술여행] 가평에서 만난 1인 양조가 정의현의 국도막걸리](https://hodabgpnhciikfrpzais.supabase.co/storage/v1/object/public/article-photos/000c7d97-c25b-48d6-b727-27a616c4596c/00-legacy-cover-13293.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