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아이=최치선 기자] 2025년의 마지막 밤, 광화문 일대가 하나의 거대한 예술 공간으로 변했다. 12월 31일 공개된 광화문스퀘어 퍼블릭 아트는 해가 바뀌는 순간을 앞두고 도시 전체를 연결하며, 광화문광장과 세종대로를 새로운 방식의 문화 무대로 제시했다. 개별 건물의 전광판을 넘어, 광화문 전역을 하나의 장면으로 묶은 이번 시도는 연말 풍경에 또 다른 기억을 남겼다.
해가 저물 무렵부터 광화문광장과 세종대로 일대에는 자연스럽게 발길이 모였다. 카운트다운을 기다리는 군중의 시선은 어느 한 곳이 아니라, 사방으로 펼쳐진 스크린을 향했다. 광화문스퀘어는 서울의 중심을 뉴욕 타임스스퀘어처럼 재구성하는 디지털 미디어 랜드마크 프로젝트다. KT빌딩을 비롯한 주변 건물 외벽과 미디어파사드를 활용해, 미디어아트와 다양한 영상 콘텐츠를 상시로 선보이고 있다.
이번에 공개된 퍼블릭 아트는 그동안 각기 다른 화면으로 작동하던 전광판을 하나의 흐름으로 묶었다는 점에서 이전과 결이 다르다. 2025 서울라이트 광화문의 메인 아티스트로 참여한 에이플랜컴퍼니는 광화문스퀘어 일대 디지털 전광판과 광화문 미디어파사드를 통합·동기화해, 도시 자체를 하나의 캔버스로 구현했다. 관람객은 특정 장소에 머무르지 않아도, 광화문을 걷는 것만으로 같은 시간과 장면을 공유하게 된다.
이 같은 시도는 공공미술의 개념을 공간 단위에서 도시 단위로 확장한다. 더 이상 전광판은 광고나 정보 전달에 머무르지 않고, 도시의 표정과 리듬을 함께 만들어내는 매체로 기능한다. 광화문광장에서 세종대로를 따라 이동하는 동안 화면은 이어지고, 장면은 끊기지 않는다. 시민은 관람객이자 동시에 그 장면의 일부가 된다.
에이플랜컴퍼니는 전동성당, 청와대, 광화문, 호미곶 등 역사성과 상징성이 강한 장소에서 공공미술과 미디어아트 프로젝트를 꾸준히 선보여 왔다. 이번 작업 역시 그 연장선에 있다. 다만 개별 장소 연출을 넘어, 광화문을 대표하는 건축물과 미디어파사드를 하나의 서사로 엮었다는 점에서 새로운 단계로 평가된다.
서울시는 이번 연출을 통해 2025년의 마지막 밤과 2026년의 첫 순간을 광화문 전역에서 하나로 연결했다고 설명한다. 단순한 연말 카운트다운이나 이벤트를 넘어, 행정과 민간, 문화 기획이 협력해 완성한 도시 단위 공공미술의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해가 바뀌는 짧은 순간, 광화문은 ‘보는 공간’이 아니라 ‘함께 경험하는 도시’로 존재했다. 빛과 화면으로 이어진 이번 퍼블릭 아트는 도심 옥외 미디어가 공공성과 예술성을 동시에 품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광화문스퀘어에서 시작된 이 장면은, 서울의 밤 풍경을 다시 상상하게 만드는 하나의 기준점으로 남을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