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아이=김보라 기자] 천년고도 경주가 2025년의 마지막 밤을 의미 있게 장식했다. 경주시는 ‘2025 APEC 정상회의’ 성공 개최를 기념해 지난해 12월 31일 밤 신라대종공원에서 제야의 종 타종식을 열고, 시민들과 함께 한 해의 성과를 돌아보며 새해의 문을 열었다. 3천여 명의 시민이 모인 현장은 축제이자 다짐의 자리였다.
밤 11시를 넘기자 신라대종공원은 서서히 사람들로 채워졌다. 두꺼운 외투 사이로 들려오는 웃음소리와 인사말은 한 해를 보낸 안도감과 새해에 대한 기대를 동시에 담고 있었다. 이번 제야의 종 행사는 경주가 2025 APEC 정상회의를 성공적으로 치러낸 뒤 처음 맞는 새해라는 점에서 의미를 더했다.
행사는 사전 공연으로 분위기를 열었다. 무대에 오른 출연진의 노래와 시민 인터뷰는 행사장을 찾은 이들의 긴장을 풀어주며 자연스럽게 공감을 이끌어냈다. 이어 시민 대합창이 시작되자 관객석과 무대의 경계는 흐려졌다. 노래는 공연이 아니라, 함께 부르는 연말의 의식처럼 이어졌다.
자정이 가까워지자 현장의 공기는 한층 고요해졌다. 카운트다운이 시작되고, 0초와 동시에 신라대종의 첫 울림이 퍼졌다. 타종식에는 주낙영 경주시장을 비롯해 김석기 국회 외교통일위원장, 이동협 경주시의회 의장 등 주요 인사들이 시민들과 나란히 종채를 잡았다. 울림은 단순한 새해 알림이 아니라, 지난 1년의 무게와 다음 시간을 향한 약속처럼 묵직했다.
이번 타종식에서 눈길을 끈 장면은 경주와 전북 익산이 동시에 종을 울린 공동 타종이다. 총 7조 33타로 이어진 종소리는 APEC 정상회의를 성공적으로 치러낸 두 도시의 연대와 협력을 상징적으로 표현했다. 역사 도시 간의 연결은 종소리를 매개로 현재진행형의 이야기로 확장됐다.
타종이 끝난 뒤에는 시민 합창단의 무대와 불꽃놀이가 이어졌다. ‘신라의 달밤’, ‘남행열차’, ‘우리의 사랑이 필요한 거죠’ 등 세대를 아우르는 노래가 밤하늘로 퍼졌고, 불꽃은 종소리의 여운을 시각적으로 완성했다. 아이부터 어르신까지, 각자의 방식으로 새해를 맞는 모습이 자연스럽게 겹쳐졌다.
김석기 의원은 “APEC 정상회의의 성공은 경주가 국제도시로 도약하는 중요한 계기”라며 “이번 타종식이 그 의미를 시민과 함께 나누는 출발점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주낙영 시장 역시 “오늘의 종소리는 경주가 세계와 연결된 도시로 나아가겠다는 다짐”이라고 강조했다.
천년의 시간을 품은 종이 새해의 첫 순간을 알렸다. 경주의 제야는 단순한 연말 행사가 아니라, 도시가 걸어온 길과 앞으로 향할 방향을 함께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신라대종에 남은 울림은, 2026년을 향한 경주의 발걸음을 조용히 재촉하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