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아이=최치선 기자] 임진왜란 3대 대첩 중 하나인 행주대첩의 현장, 행주산성이 새해 첫날 시민들의 발걸음으로 다시 깨어났다. 고양특례시는 1일 행주산성에서 ‘2026 행주산성 해맞이 행사’를 열고, 2천여 명의 시민과 함께 새해 첫 일출을 맞으며 한 해의 안녕과 희망을 기원했다. 기상이변과 국가적 사정으로 중단됐던 행사가 3년 만에 재개되며, 역사 공간은 다시 시민의 시간으로 채워졌다.
해가 떠오르기 전부터 행주산성에는 두툼한 외투를 여민 시민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새벽 공기는 차가웠지만, 성곽 위에 흐르는 분위기는 잔잔한 기대감으로 따뜻했다. 이번 행사는 지난 2년간 기상 여건과 사회적 상황으로 열리지 못하다가 3년 만에 다시 마련된 자리다. 단순한 일출 행사를 넘어, 시민들이 함께 새해의 출발선에 서는 상징적인 순간으로 기획됐다.
행사에 앞서 플래시몹과 여성 중창단 공연이 펼쳐지며 고요한 산성에 리듬과 목소리가 더해졌다. 공연이 끝난 뒤, 동쪽 하늘이 서서히 밝아오자 시민들은 말없이 시선을 모았다. 성벽 너머로 떠오른 2026년 첫 해는 짧은 순간이었지만, 그 장면을 바라보는 표정만큼은 오래 기억될 듯했다.
이어 진행된 ‘소원성취 북치기’는 남녀노소 누구나 참여하며 현장의 분위기를 한층 부드럽게 만들었다. 아이의 손을 잡고 북을 치는 부모, 잠시 눈을 감고 소원을 비는 어르신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졌다. 호국의 상징인 행주산성이 이날만큼은 개인의 바람과 일상의 소망을 담는 공간으로 변했다.
안전 관리 역시 이번 행사의 중요한 축이었다. 3년 만의 재개인 만큼 시는 행사장 동선을 세분화하고, 경찰·소방 등 유관기관과 협력해 교통과 현장 안전을 철저히 점검했다. 큰 혼잡 없이 행사가 마무리되며, 역사 유적지에서 열리는 대규모 시민 행사의 운영 가능성도 다시 확인됐다.
행주산성은 권율 장군이 왜군을 물리친 행주대첩의 현장으로, 서울과 한강을 내려다보는 전략적 요충지다. 평소에는 산책과 역사 교육의 공간이지만, 해맞이 행사만큼은 과거와 현재가 겹쳐지는 특별한 시간으로 시민들에게 다가온다.
이동환 고양특례시장은 “행주산성은 호국정신이 깃든 역사적 공간이자 시민들이 함께 새해를 맞이하는 소중한 장소”라며 “앞으로도 행주산성이 시민과 함께 호흡하는 대표적인 역사문화 공간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새해 첫 해를 품은 행주산성의 풍경은, 역사 유산이 오늘의 삶과 어떻게 이어질 수 있는지를 조용히 보여주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