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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

‘겨울소풍: 땅끝에 선 사람들’ 촬영 3일차, 팽목항에 남긴 위로의 몸짓

바람 앞에서 춤이 되다

최치선 기자
‘겨울소풍: 땅끝에 선 사람들’ 촬영 3일차, 팽목항에 남긴 위로의 몸짓

[트래블아이=최치선 기자] 영화 [겨울소풍: 땅끝에 선 사람들]의 세 번째 촬영 날, 일행은 다시 길 위에 있었다. 광주 망월동 국립묘지에서 이어진 묵직한 침묵은 목포로 옮겨졌고, 이날의 여정은 일상의 풍경과 비극의 기억이 겹치는 방식으로 흘러갔다. 촬영진과 배우들은 목포 항동수산시장을 천천히 둘러보고, 인근의 작은 맛집에서 끼니를 나눴다. 소란한 시장의 활기와 사람들의 웃음은 잠시 숨을 고르게 했지만, 그 평온은 오래 머물지 않았다. 하버라는 카페에서 따뜻한 차를 마신 뒤, 일행은 법사의 다음 진혼제를 위해 진도 팽목항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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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하버 문 옆에 전시된 김대중 전대통령과 노무현 전대통령 사진(사진=최치선 기자)

팽목항에 다가설수록 바다는 표정을 바꿨다. 매서운 바람이 얼굴을 때렸고, 물결은 낮고 무겁게 숨을 쉬었다. 이곳은 4·16 세월호 참사의 기억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자리다. 2014년 4월 15일 밤 9시, 세월호는 인천을 출발해 제주로 향했다. 악천후로 지연된 출항, 그리고 다음 날 오전 8시 49분, 맹골수도에서의 급격한 변침. 8시 51분 구조 요청이 있었고, “이동하지 말라”는 방송은 반복됐다. 9시 35분 구조정이 도착했지만, 배는 결국 10시 30분 침몰했다. 476명의 탑승자 중 172명만이 구조됐고, 이후 단 한 명도 더 구해지지 못했다. 희생자 299명, 실종자 5명. ‘전원 구조’라는 오보와 우왕좌왕한 구조 과정은 상처를 더 깊게 남겼다. 사고의 원인과 구조 실패의 이유는 11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질문으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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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기억의 벽에 장식된 타일작품(사진=최치선 기자)

팽목항에 도착한 일행은 말을 줄였다. 이날 촬영의 하이라이트는 법사와 배우들, 스태프가 하나로 만든 진혼제였다. 법사의 진혼곡이 바다 위로 흘러나가자, 일행은 서로의 호흡을 맞추듯 애도의 춤사위를 펼쳤다. 이는 장면을 위한 연기가 아니었다. 몸이 먼저 반응했고, 발은 차가운 바닥을 딛고 천천히 원을 그렸다. 

몸빼역의 유진규 배우가 한지를 바다 위로 날려보내며 억울하게 죽은 세월호 희생자들의 영혼을 위로하는 퍼포먼스 속에서, 산 자와 죽은 자가 잠시나마 같은 온도로 마주하는 듯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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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사의 진혼제에 맞춰 배우들이 춤사위를 펼쳤다(사진=최치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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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혼제 중 몸빼역의 유진규 배우가 한지를 바다 위로 날려보내고 있다(사진=최치선 기자)

 바람은 세찼지만, 춤은 흔들리지 않았다. 마치 바다가 그들의 움직임을 받아 적는 듯했다.

진혼제는 슬픔에 머물지 않았다. 법사의 음성이 낮아질수록, 춤은 오히려 부드러워졌다. 기억은 아픔을 불러왔지만, 메시지는 희망을 향했다. 바다 위를 유영하듯 번지는 위로는, 남겨진 이들에게 건네는 조용한 약속처럼 느껴졌다. 팽목항의 바람은 차가웠지만, 그날의 몸짓은 분명 따뜻했다.

영화는 또다시 길을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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