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내려앉은 아침고요수목원은 낮의 식물원이 아니다. 어둠이 문을 닫자, 정원은 다른 이름을 얻는다. 오색별빛정원. 빛이 주인공이 되고, 나무는 별을 품은 존재로 다시 태어난다. 파란 불빛이 줄기를 타고 오르면 나무는 하늘을 향해 뿌리를 내린 듯 보이고, 분홍과 보라의 빛은 땅 위에 피지 않는 꽃들을 대신해 조용히 흔들린다.
천천히 걷는다. 이곳에서는 발걸음마저 소리를 낮춘다. 빛의 숲은 서두르는 사람을 허락하지 않는다. 한 걸음마다 색이 바뀌고, 시선이 머무는 곳마다 기억이 겹친다. 어린 시절 크리스마스 전날의 설렘, 누군가의 손을 처음 잡았던 밤, 말없이 위로받았던 순간들이 별처럼 켜졌다가 사라진다.
빛은 따뜻하다. 차갑게 반짝이는 것이 아니라, 오래된 이야기처럼 나를 감싼다. 나무는 말을 하지 않지만, 충분히 말해준다. 괜찮다고, 오늘은 여기까지여도 좋다고. 길 끝에서 뒤돌아보면, 내가 걸어온 시간이 빛의 궤적으로 남아 있다.
오색별빛정원은 사진보다 느린 장소다. 셔터를 누르는 순간보다, 눈을 감았다가 다시 뜨는 그 짧은 시간에 더 많은 감동이 숨어 있다. 빛이 꺼진 뒤에도 마음 한편에서 오래도록 남아, 다시 어둠을 건너갈 힘이 되어준다. 그래서 이 밤을 기억한다. 별이 아니라, 사람이 빛나던 시간으로.

![[최치선의 포토에세이] 차갑게 빛나고, 꿈처럼 남은 밤](https://hodabgpnhciikfrpzais.supabase.co/storage/v1/object/public/article-photos/713a6d9c-53b4-47b5-bfb3-76933e1dfc4a/00-legacy-cover-13273.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