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아이=김보라 기자] 로마 여행의 상징이자 수많은 엽서와 영화 속 장면으로 각인된 트레비 분수가 내년 2월부터 사실상 ‘부분 유료화’된다. 멀리서 바라보는 감상은 그대로 무료지만, 분수 가까이 접근하려면 2유로의 입장료를 내야 한다. 전 세계 관광객이 몰리는 명소를 보호하고 질서를 유지하겠다는 취지다. 로마시는 이번 조치로 문화유산 관리 재원을 확보하는 동시에 과밀 관광 문제를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로베르토 구알티에리 로마시장은 최근 기자회견을 통해 트레비 분수 유료화 방침을 공식화했다. 시민들의 일상 공간이자 도시의 상징인 분수를 무분별한 관광 소비에서 지켜내기 위한 조치라는 설명이다. 로마 시민은 기존처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지만, 외국인 관광객은 입장권을 소지해야 분수 바로 앞까지 접근할 수 있다.
1762년에 완공된 트레비 분수는 후기 바로크 양식의 걸작으로 꼽힌다. 세 갈래 길이 만나는 지점에 자리 잡은 지형에서 이름을 얻었고, ‘동전을 던지면 다시 로마에 돌아온다’는 속설로 수백 년 동안 여행자들의 소망을 받아왔다. 이 전통은 지금도 이어져 하루에도 수천 개의 동전이 물속으로 떨어진다.
하지만 인기가 높아질수록 부담도 커졌다. 올해 12월 초 기준 트레비 분수를 찾은 방문객은 약 900만 명에 달한다. 하루 평균 3만 명이 몰리면서 안전 문제와 시설 훼손, 주변 상권 혼잡이 반복적으로 제기돼 왔다. 로마 당국이 유료화 논의를 본격화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특히 내년은 가톨릭 희년을 맞는 해다. 전 세계 신자와 순례객이 로마로 몰릴 것으로 예상되면서, 도시 차원의 관람객 통제와 질서 유지가 불가피해졌다. 로마시는 트레비 분수 유료화를 통해 연간 약 650만 유로의 수입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유료 전환은 트레비 분수에만 그치지 않는다. 그동안 무료로 개방돼 있던 막센티우스 빌라, 나폴레옹 박물관, 바라코 미술관, 필로티 박물관, 카노니카 박물관 등도 내년 2월부터 5유로의 입장료를 받는다. 대규모 관광도시가 문화유산을 관리하는 방식이 점차 바뀌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동전 하나로 소원을 빌던 로마의 풍경은 이제 작은 변화의 기로에 섰다. 입장료 2유로는 단순한 비용이 아니라, 도시와 여행자가 맺는 새로운 약속에 가깝다. 트레비 분수 앞에서 던지는 동전의 의미가 앞으로도 이어질 수 있을지, 그 답은 관광의 태도에 달려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