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아이=최치선 기자] 국기들이 일렬로 서 있는 입구를 지나며 나는 잠시 여행자가 아니라 관람객이 된다. 장안세계조각공원은 도시의 공원이라기보다, 세계가 축소된 야외 미술관에 가깝다. 각기 다른 언어와 신화를 가진 조각들이 같은 하늘 아래 놓여 있다는 사실이 묘하게 마음을 흔든다.
호수 옆에 선 석상은 말이 없지만, 오래전부터 무언가를 기다려온 얼굴이다. 물 위에 반사된 빛은 조각의 윤곽을 더 선명하게 만들고, 나는 그 앞에서 자연스럽게 속도를 늦춘다. 여행이란 결국 이렇게 멈춰 서는 연습인지도 모른다.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을 닮은 조각 앞에서는 발걸음이 저절로 굳어진다. 이 조각은 묻는다. 인간은 무엇을 고민해왔고, 지금 무엇을 잃어가고 있느냐고. 수천 킬로미터를 건너와서야, 나는 나 자신의 표정을 바라본다.
하늘을 향해 팔을 들어 올린 여신상 아래에서는 시간의 무게가 느껴진다. 고대 장안이 품었던 영광과 현대 도시의 분주함, 그 사이에서 인간은 늘 같은 질문을 반복해왔을 것이다. 사랑, 자유, 그리고 존재의 의미.
이 공원에서 조각들은 배경이 아니라 대화 상대다. 장안에서 나는 세계를 보았고, 동시에 인간을 다시 보았다.

![[최치선의 포토에세이] 장안에서 세계를 다시 보다](https://hodabgpnhciikfrpzais.supabase.co/storage/v1/object/public/article-photos/cd9a53d7-34a6-4424-b7f1-7fab79bcb8e8/00-legacy-cover-13205.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