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아이=김보라 기자] 12월은 1년 중 책이 가장 많이 팔리는 달이다. 독서는 이동하지 않아도 떠날 수 있는 여행이고, 문장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멀리 갈 수 있다. 그래서 독서는 ‘가장 조용한 여행’이라는 말이 붙는다. 경기관광공사도 연말을 맞아 붐비는 관광지 대신, 사색과 휴식을 즐길 수 있는 ‘조용한 여행지’를 12월 추천 코스로 제안했다. 자연과 문화, 그리고 사람의 이야기가 어우러진 공간들이다. 경기도 안성에 자리한 살구나무책방은 그런 추천 취지와 맞닿아 있는 장소다. 시골마을 한켠에서 책을 읽고, 하룻밤을 머물며 시간을 천천히 되감는 공간. 독서가 여행이 되고, 여행이 다시 일상이 되는 풍경이 이곳에서 만들어진다.
한때 동네마다 몇 곳씩 있던 책방은 어느새 기억 속 풍경이 됐다. 대형 서점과 온라인 서점이 일상이 된 시대지만, 최근 들어 작은 책방을 일부러 찾아 나서는 이들이 다시 늘고 있다. 안성 금광면에 자리한 살구나무책방도 그런 흐름 속에서 탄생했다.
살구나무책방은 분주한 도심과 거리가 멀다. 차를 타고 굽이굽이 시골길을 지나 도착하면, 한때 허물어질 뻔했던 폐가가 조용히 손님을 맞는다. 4년 전 책방으로 다시 태어난 이 공간은 옛 집의 골격을 그대로 살렸다. 삐뚤빼뚤한 서까래와 낮은 천장은 일부러 손대지 않았다. 새로 꾸민 공간에서는 흉내 낼 수 없는 시간이 이곳에 흐른다.
책방의 이름은 실제로 마당 옆에 서 있는 살구나무에서 따왔다. 봄이면 꽃이 피고, 계절마다 창밖 풍경이 달라진다. 책을 읽다 고개를 들면 보이는 풍경이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이어준다. 이곳에서 판매하는 것은 새 책이 아닌 중고책이지만, 책방에서는 이를 ‘지난책’이라 부른다. 누군가의 시간을 품고 건너온 책이라는 의미다.
살구나무책방의 가장 큰 특징은 ‘북스테이’다. 책방 안쪽 작은 방에서 하룻밤 머물 수 있다. 휴대전화와 일상에서 잠시 떨어져, 조용한 밤을 책과 함께 보내는 경험이다. 소음도, 일정도 없다. 페이지를 넘기는 소리만 남는다. 다만 겨울철에는 북스테이가 잠시 쉬어가니 방문 전 확인이 필요하다.
책방을 찾았다면 주변 여행지도 함께 둘러볼 만하다. 차량으로 10여 분 거리의 안성맞춤랜드는 산책하기 좋은 공원과 문화시설이 어우러진 공간이다. 가족 단위 여행객에게는 안성팜랜드가 제격이다. 계절마다 다른 풍경과 체험 프로그램이 준비돼 있다. 조금 더 자연을 느끼고 싶다면 서운산으로 발길을 옮겨보자. 완만한 산세 덕분에 겨울에도 부담 없이 걷기 좋다.
살구나무책방은 화려한 관광지가 아니다. 대신 책 한 권이 여행이 되는 순간을 선물한다. 빠르게 소비하는 여행이 아니라, 오래 남는 시간을 찾는 이들에게 어울리는 곳이다. 책을 품고 떠나는 하룻밤, 안성의 조용한 시골에서 문장이 길이 되는 경험을 만나볼 수 있다.
[살구나무책방 정보]
주소: 경기도 안성시 금광면 신양복길 47-5
전화: 0507-1354-3798
운영: 사전 예약제(당일 예약 가능)
이용요금: 1만 원(음료 포함)
SNS: 인스타그램 @salgunamu_book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