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아이=최치선 기자] 밤은 깊었고, 파티마 대성당은 말없이 빛나고 있었다. 검은 하늘 아래 솟은 종탑의 십자가는 별보다 먼저 눈에 들어왔고, 광장은 숨을 낮춘 사람들의 발걸음으로 천천히 채워졌다. 크리스마스트리는 화려했지만 요란하지 않았고, 빛은 축제가 아니라 약속처럼 머물렀다.
촛불 앞에 선 사람은 누구도 서두르지 않았다. 하나의 불꽃을 밝히는 데 걸리는 시간만큼, 한 해의 무게가 손에서 내려왔다. 기도는 소리가 아니라 자세였고, 기다림은 설명이 아니라 온도였다. 파티마에서 기적은 갑자기 일어나지 않는다. 다만 오래 믿는 이들에게 조금 늦게 도착할 뿐이다.
1917년, 세 목동에게 건네졌다는 성모의 메시지는 예언이기보다 선택에 가까웠을 것이다. 두려움 앞에서도 선함을 택하라는, 절망 속에서도 서로의 손을 놓지 말라는. 루치아 수녀의 삶이 기적이라 불린 이유는 아마도 그 말을 평생의 방향으로 삼았기 때문일 것이다.
성탄의 장면은 소박했다. 마굿간의 낮은 눈높이, 별은 장식이 아니라 길잡이였다. 파티마의 밤도 그와 닮아 있었다. 여기서는 빛이 앞서지 않고, 사람이 먼저였다. 한 해의 끝에서 우리는 더 많이 갖기를 바라기보다, 덜 아프기를 기도한다.
촛불이 하나둘 꺼져도 어둠은 두렵지 않다. 파티마에서는 어둠이 기도의 배경이 되기 때문이다. 올해가 저물며 나는 배웠다. 기적은 하늘에서 떨어지지 않는다. 서로를 향해 조금 더 오래 서 있는 그 시간, 그 침묵 속에서 천천히 자란다.

![[최치선의 포토에세이] 파티마의 밤, 촛불은 기도를 닮았다](https://hodabgpnhciikfrpzais.supabase.co/storage/v1/object/public/article-photos/a8d56406-0737-434c-b4fb-2c442e4a1c57/00-legacy-cover-13199.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