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아이=김보라 기자] 여행의 목적지는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 풍경을 보는 데서 그치지 않고, 이야기를 만나기 위해 길을 나서는 이들도 늘고 있다. 강원 철원에서 지역의 기억을 품은 연극 한 편이 무대에 오르며, 조용한 접경 지역은 다시 한번 ‘이야기 여행지’로 불린다.
이번 작품은 철원 월정리에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송재찬 작가의 소설 『월정리 달우물이 있는 마을』을 무대화한 창작 공연이다. 작품은 마을 한가운데 자리한 ‘달우물’을 중심으로, 그곳에 얽힌 사람들의 기억과 시간을 따라간다. 오래된 이야기 속에 스며든 삶의 흔적과 공동체의 감정은 연극이라는 형식을 통해 보다 생생하게 호흡한다.
무대는 화려함보다 서정에 방점을 찍는다. 달우물이라는 상징적 공간을 통해 마을 사람들의 삶과 상실, 그리고 이어지는 기억을 차분하게 풀어내며 원작이 지닌 메시지를 섬세하게 전달한다. 관객은 이야기를 ‘보는’ 동시에, 그 장소를 ‘상상하며 걷는’ 경험을 하게 된다.
이 같은 공연은 철원이 지닌 문화적 자산을 새로운 방식으로 해석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철원은 분단과 자연, 역사라는 이미지로 알려져 왔지만, 그 이면에는 생활의 기억과 마을의 서사가 켜켜이 쌓여 있다. 연극은 그 이야기를 현재의 언어로 꺼내며 지역의 또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공연은 전석 무료로 진행되며, 예매는 12월 15일 오전 10시부터 철원문화재단 홈페이지를 통해 가능하다. 단체 관람도 운영돼 지역 주민과 외부 관람객 모두가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다. 여행 중 우연히 만난 공연이 지역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이번 작품은 철원문화재단이 추진 중인 지역콘텐츠 제작 사업의 흐름 속에 있다. 철원의 문화·역사·자연을 기반으로 한 창작 콘텐츠를 발굴해, 지역 정체성을 예술로 확장하려는 시도다. 공연은 그 결과물인 동시에, 또 다른 시작점이다.
신중철 철원문화재단 운영본부장은 “지역에서 비롯된 이야기와 문학을 공연으로 풀어내는 과정은 철원 문화의 가치를 넓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야기가 남아 있는 곳은 다시 찾게 된다. 달우물이 있는 마을을 무대로 한 이번 연극은, 철원을 향한 여행의 이유를 조용히 늘려놓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