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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고운시] 정선 장날, 바람이 시장을 메밀 향으로 흔들던 날

최치선 기자
[고운시] 정선 장날, 바람이 시장을 메밀 향으로 흔들던 날

정선 장날, 바람이 시장을 메밀 향으로 흔들던 날

고운 최치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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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 야시장(사진=정선군)

 

서울 사람은 모른다

장날 아침, 산골의 햇빛이 얼마나 따뜻한 목소리로
천막과 바구니를 깨우는지를

정선의 장터는

늘 누군가의 어릴 적 기억처럼 느긋하게 열리고
나물 이파리 사이로 바람이 스민다

허생원은 사라졌어도
장돌뱅이의 흥은 마술사의 손끝에서 번쩍이며 살아난다
TV 속 화면으론 절대 담지 못하는

‘지금 이 순간’의 현장감
국수 삶는 소리, 엿장수의 웃음, 아이 울음마저
장터의 리듬이 되어 한데 묶인다

 

할머니들은 산며느리 되어
나물을 캐고, 볕에 말리고, 바람에 털어
장날이면 손주 운동화 값을 보자기에 꼭꼭 묶어 나온다
손에 쥔 산나물보다 더 신선한 건

그 얼굴에 스민 자부심,
“이건 내가 키운 거여”
하는 말 속의 내력이다

 

꽈배기 기름 냄새와 고로케의 노릇한 빛이
바구니와 바구니 사이를 누비면
어디선가 황기 향이 돋아나
“땀 많은 사람에게 좋다오”
하고 장수가 넉살 좋게 웃는다.

메밀전 굽는 철판 위에서는

하얀 연기가 춤을 춘다
막걸리 한 사발 생각나게 하는 그 춤사위
도시엔 없는 유혹이다

 

곤드레밥을 비비는 숟가락 소리는
산을 한 입에 우물거리는 듯하고
콧등치기국수는 생전 처음 만난
시골의 장난기 같은 맛이다
낯설어도, 이상하게 정겹다

장터란 결국
타인의 삶을 한 숟가락 얻어먹는 자리니까

정선 장날엔
정직하지 않은 물건이 발붙이지 못한다
원산지 거짓이 들키면
바람보다 먼저 퇴출당한다는 말

그래서일까
장터의 나물들은 더 싱싱하고
사람들의 표정은 더 투명하다

열차가 도착해 외지인들이 몰려들면
정선은 또 여유롭게 속삭인다
“와서 보소, 우리 장이 이런디요”
그 말에 실린 자부심이
황기보다 더 깊은 약재처럼 마음을 덥힌다

 

서울에 돌아와도
정선 장터의 냄새는 쉽사리 지워지지 않는다
메밀전의 따뜻함, 장수의 너스레
산나물 이파리가 바람에 흔들리던 그 순간들
모두 다 가벼운 듯 무겁게 마음에 매달린다

아마도 장터란
사는 법이 단순해지는 곳
사람 마음이 제자리로 돌아가는 곳이어서
그리운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일까
정선 장날을 다녀온 사람들은 결국
다시 돌아온다
메밀 향이 바람결에 묻어
“또 오시라”
조용히 부르는 곳
그곳이 바로 정선 장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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