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닫혀 있던 기지의 문이 열린다

안양문화예술재단·진해기지의 군사건축유산 공동 보존

군사시설 속 근현대 건축물, 이제는 ‘연구의 영역’으로

김보라 기자
닫혀 있던 기지의 문이 열린다

[트래블아이=김보라 기자] 안양문화예술재단과 해군 진해기지사령부가 군사시설 내 근현대 건축유산을 조사하고 보존하기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그동안 보안상의 이유로 접근 자체가 제한됐던 군사시설이 공식적으로 연구·보존 대상이 되는 첫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두 기관은 9일 진해기지사령부에서 협약식을 열고 군사건축물의 건축사적 가치 평가와 보존체계 마련을 본격 추진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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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문화예술재단은 9일 해군 진해기지사령부와 근현대 군사 건축유산의 조사, 보존 및 연구 기반 마련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제공=안양시)

 

이번 협약으로 군사시설 내부의 건축물들이 단순한 기능적 건물에서 벗어나 역사와 문화의 맥락 속에서 조명받는 계기가 마련됐다. 오랜 기간 철문 너머에만 존재했던 공간이, 비로소 연구자와 문화기관의 손을 통해 기록되고 보존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협약식에는 최대호 안양시장(안양문화예술재단 이사장), 한승우 사령관을 비롯한 양 기관 관계자 12명이 참석했다. 두 기관은 앞으로 군사시설 내 근현대 건축물의 실태 조사, 건축사적 검토 및 자문, 문화자산으로서의 활용 방안 마련, 연구·교육 교류사업 발굴 등을 공동으로 추진한다. 단순한 자료 수집을 넘어 실제 공간을 문화적으로 재해석하고, 향후 전시·교육 콘텐츠로 확장하는 단계까지 염두에 둔 협력이다.

 

안양문화예술재단은 김중업건축박물관을 운영하며 현대건축 연구를 꾸준히 이어온 기관이다. 김중업 박물관은 국내 최초의 공립건축박물관으로, 산업화 시기 건축물과 미공개 자료를 보존·전시해왔다. 이런 전문성을 기반으로 군사시설 건축유산까지 연구 범위를 확장함으로써 건축·문화 분야에 새로운 지평을 열게 됐다. 연구자들 사이에서는 “국내에서 구조적으로 접근이 가장 어려운 영역이 드디어 체계적으로 다뤄지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군사기지 내부 건축물은 전후 복구기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시대별 건축기법과 군사시설 특유의 구조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그러나 일반에 거의 공개되지 않았기 때문에 관련 연구는 미진한 상태였다. 이번 협약은 이 같은 공백을 해소하고, 군사건축유산을 국가 근현대사 연구의 중요한 축으로 삼는 첫 걸음을 내딛는 셈이다.

 

최대호 이사장은 “군사시설 내 건축유산은 오랫동안 연구가 어려웠던 영역이지만 이번 협약으로 보존과 조사 기반이 마련됐다”며 “안양의 건축 전문성과 해군의 협력이 만나 새로운 연구 모델을 만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진해기지사령부도 “군사 안보의 영역 안에 있던 공간이 문화적 가치로 확장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협력 의지를 밝혔다.

 

이번 협약이 단발성 연구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인 조사와 보존 체계로 이어진다면, 국내 군사시설 건축물에 대한 기록은 물론 시민사회와의 문화적 공유도 가능해질 전망이다. 닫혀 있던 공간의 문이 열리는 순간, 그 안에 담긴 시간의 층위와 건축적 가치는 지역과 국가의 문화유산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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