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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축제 공화국의 그림자 ①왜 한국 지자체는 매년 같은 실패를 반복하는가

243개의 지자체, 1천 개가 넘는 축제… ‘세금의 계절’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최치선 기자
[특집] 축제 공화국의 그림자 ①왜 한국 지자체는 매년 같은 실패를 반복하는가

[트래블아이=최치선 기자] 전국 243개 지방자치단체가 매년 1000개가 넘는 지역축제를 열고 있다. 2019년 884개였던 지역축제는 2024년 1170개로 5년 사이 32% 늘었다. ‘축제 공화국’이라는 말이 과장이 아닌 셈이다. 하지만 축제의 숫자만 늘어날 뿐, 지역 주민과 외부 관광객의 참여율, 1인당 관광 소비액은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는 분석이 잇따른다. 

 

여기에 감사원이 지자체 문화·관광 사업을 상대로 잇따라 문제를 지적하면서, 축제와 관광 인프라 사업이 지자체장의 치적 쌓기와 예산 누수의 통로가 되고 있다는 비판도 거세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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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 증가율이 지자체장 치적쌓기 통로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이미지-챗GPT)

  

창간 15년을 맞은 여행전문매체 ‘트래블아이’는 감사원의 감사자료와 현장 취재를 토대로, 한국 관광·축제 현장의 구조적 문제를 짚는 장기 연재 ‘대한민국 관광비리·특혜 보고서’를 시작한다. 그 첫 회로, 왜 한국 지자체가 매년 같은 실패를 반복하는지, 축제와 예산 구조의 큰 그림부터 들여다본다.

 

◈ 43개 지자체, 1170개 축제…‘많이 여는 것이 능사’ 된 현실

행정안전부와 지방자치단체 평가 자료에 따르면, 현재 전국에는 광역·기초를 합쳐 243개 지방자치단체가 존재한다. 이 가운데 상당수 지자체가 해마다 1개 이상의 대표축제를 열고, 계절별·테마별 소규모 행사까지 합치면 연간 지역축제 수는 1000개를 훌쩍 넘어선다.

 

축제 수는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한 연구에 따르면 광역별 등록 지역축제 수는 2019년 884개에서 2024년 1170개로 32.35% 늘었다 같은 기간. 1억~3억 원 규모 예산을 쓰는 축제는 277개에서 366개로, 5억 원 이상 예산이 투입되는 축제도 226개에서 284개로 증가했다는 분석도 있다.

 

표면적인 이유는 비슷하다. “지역경제 활성화”, “관광객 유치”, “지역 브랜드 제고”다. 그러나 실제 예산 구조를 들여다보면, 많은 축제가 지자체장의 임기와 선거 주기에 맞춰 기획·확대되고, 행사 실적이 곧 정치적 성과로 소비되는 구조에 놓여 있음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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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여수 밤바다 불꽃축제 (제공=여수시 서오석)

   

◈축제는 늘었는데…참가율·소비액은 줄었다
축제의 양적 확대와 달리, 질적 성과를 보여주는 지표는 정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최근 분석에 따르면, 전국 17개 광역단체 주민의 지역축제 참가율은 2019년에 비해 최근 몇 년 사이 9.63%포인트 감소했다. 같은 기간 외부 방문객 비율도 50.74%에서 49.16%로 줄었다.

관광 소비 역시 감소세다. 1인당 평균 관광 소비액은 2019년 3만6200원에서 2023년 3만1600원으로 줄었다는 통계가 이를 뒷받침한다. 축제의 숫자는 늘었지만, 지역 주민은 덜 찾고 외부 관광객도 더 쓰지 않는 역설적인 상황이다.

 

그럼에도 축제 예산은 줄지 않는다. 오히려 “방문객이 늘었다”, “경제 파급 효과가 컸다”는 자체 평가가 반복되면서, 다음 해 예산 증액의 근거가 된다. 이 과정에서 작성되는 각종 수요예측 보고서와 경제성 분석 용역은 한국 축제 구조의 핵심 고리이자, 동시에 가장 취약한 지점이다.

 

◈감사원이 지적한 ‘문화·관광 재정투자’의 민낯

감사원의 2024년 ‘지방자치단체 주요 재정투자사업 추진실태’ 감사는 이 같은 구조적 문제를 상징적으로 드러낸 사례다. 감사원은 2019년 이후 완료·무산·추진 중인 지자체 문화·관광 인프라 사업 17개를 선정해 점검한 결과, 위법·부당 사항 26건을 확인했다. 그 가운데는 민간사업자에 대한 특혜성 예산 지원, 투자심사 무시, 사업성 과장, 위탁 운영 관리 부실 등이 포함됐다.

 

감사원은 관련 지자체 공무원 21명에 대해 징계·주의를 요구하고, 일부는 검찰 수사까지 의뢰했다. 감사 결과에 따르면, 재정자립도 50% 미만 지자체가 전체의 94%를 넘는 상황에서 경제성이 부족한 관광·문화 사업이 무리하게 추진되며 예산 낭비가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감사는 특정 지자체의 일탈이 아니라, 지방재정 투자 구조 전반에 깔린 관행을 겨냥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축제와 관광 인프라가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이름으로 추진되지만, 실제로는 민간사업자·용역사·위탁운영사에게 이익이 돌아가고, 손실은 주민의 세금으로 메우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축제 예산은 어디로 흘러가는가

지역축제 예산의 흐름을 따라가 보면, 크게 세 갈래로 나뉜다.
① 행사 운영비(무대·장치·공연료 등)
② 홍보·마케팅비(언론·온라인 광고, 홍보물 제작 등)
③ 위탁운영·용역비(기획사·대행사·연구용역 등)

이 가운데 홍보·용역·위탁비는 정보 비대칭이 가장 큰 영역이다. 세부내역이 ‘포괄 계약’으로 묶이거나, 정산이 뒤늦게 이뤄지면서 외부에서 실질 비용을 확인하기 쉽지 않다. 지자체 담당 공무원은 잦은 순환보직으로 축제 회계 구조를 깊이 들여다볼 여유가 없고, 전문 회계 인력도 부족하다. 

 

결국 축제가 끝난 뒤 남는 것은  “○만 명이 다녀갔다”는 보도자료와  “지역경제 파급효과 ○억 원”이라는 추정치, 그리고 누수의 흔적이 남은 예산서뿐인 경우가 적지 않다. 

 

◈왜 매년 같은 실패가 반복되는가

전문가들은 지자체 축제와 관광 인프라 사업의 반복된 실패를 “구조적 필연”으로 본다. 짧은 공무원 보직 기간, 장기 전략 없는 단기 성과 압박, 위탁·용역 중심 운영, 불투명한 수요예측과 경제성 분석, 축제 이후 평가·환류 시스템 부재까지, 모든 요인이 겹쳐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정치적 이해관계도 더해진다. 축제는 눈에 잘 보이는 행정 성과다. 도로·하수도처럼 눈에 띄지 않는 인프라보다, 화려한 불꽃놀이와 공연, 인파가 몰린 사진 한 장이 훨씬 빠르게 ‘성과’로 소비된다. 그 사이 세금의 흐름과 실질적인 지역경제 효과를 꼼꼼히 따지는 일은 뒷전으로 밀리기 쉽다.


한국은 지금, 세계적으로도 드문 ‘축제 다빈도 국가’다. 그러나 축제가 많다는 사실이 곧 관광 강국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축제를 왜, 어떻게, 누구를 위해 여는지에 대한 질문이 빠진 상태에서, 행사 숫자와 예산만 늘어난다면 지역사회는 또 한 번 같은 실패를 반복하게 된다.

 

트래블아이는 이번 기획을 통해 감사원의 공식 자료와 각 지자체의 예산·정산 내역, 현장 취재를 종합해 관광과 축제가 어떻게 세금과 연결되고, 주민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차례로 짚어볼 계획이다.

 

2편에서는 전국 지역축제의 방문객 집계 방식과 경제성 평가 구조를 집중 분석한다. “축제에 몇 만 명이 왔다”는 숫자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그 숫자가 다음 해 예산과 어떤 식으로 연결되는지, 구체적인 사례와 함께 파헤쳐볼 예정이다. 참고로 이번 기획시리즈는 전국 지자체(시,군,구)를 모두 포함하는 100회 분량이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관련 제보를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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