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아이=최치선 기자] 대한민국 국민 네 명 중 세 명의 개인정보가 순식간에 유출됐다. 그 대상은 이커머스 1위 기업 쿠팡. 그러나 정작 쿠팡은 “유출”이 아닌 “노출”이라는 표현을 쓰며 축소에만 몰두하고 있다. 피해 규모는 역대급인데 책임 의식은 바닥에 가까운 기업의 태도는 국민적 분노를 더 키우고 있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사고가 아니다. 국민 3,370만 명의 이름·연락처·집 주소·배송 메모·구매내역까지 도난당한 국가적 재난이다. 여성 1인 가구의 현관 비밀번호까지 외부로 흘러나간 상황에서 국민의 공포는 이미 현실이 되었다.
그러나 더 큰 충격은 쿠팡의 대응이다. 쿠팡이 한국인터넷진흥원에 신고한 피해 규모는 “4500명”.
하지만 불과 열흘 만에 “3370만 명”으로 폭증했다. 축소였는지 무능이었는지조차 불분명하다. 그 과정에서 쿠팡은 “정보가 유출된 것이 아니라 노출되었다”는 문장을 반복하며 책임을 최소화하는 듯한 뉘앙스를 남겼다.
더 황당한 장면은 따로 있다.
쿠팡 공식 홈페이지에 게시한 사과문은 3일만에 내렸다. 그 후 홈페이지 어디에도 단 한 줄의 사과글은 보이지 않는다. 이게 국민 3000만 명의 정보를 잃어버린 기업의 태도인가. 쿠팡 대표와 경영진이 이번 사태의 본질을 얼마나 가볍게 여기고 있는지, 고객을 단순한 ‘데이터 저장고’ 정도로 보는 것은 아닌지 분노가 치밀 뿐이다.
문제는 이번 정보 유출이 5개월 동안 쿠팡이 전혀 인지하지 못한 채 진행되었다는 사실이다.
이 말은 곧, 고객들의 개인정보가 “도난당하는 과정도 모른 채” 수개월 동안 방치되었다는 뜻이다. 사이버 보안 체계가 완전히 무너졌다는 명백한 증거다.
쿠팡의 무책임은 최근 일이 아니다. 물류센터 노동자의 과로사, 연속 사망 사건, 열악한 노동 환경, 소방 설비 미비 논란, 그동안 드러난 쿠팡의 기업 윤리는 한 번도 국민적 신뢰에 부합한 적이 없었다. 빠른 배송을 위해 누군가의 생명이 희생돼도 ‘시스템상의 문제’로 뭉개고, 이번엔 고객 개인정보가 털려도 ‘노출’이라는 단어로 축소해 넘기려 한다. 그동안 쿠팡이 보여온 건 단 하나다.
속도는 챙기되, 생명은 외면하고, 편의는 강조하되, 책임은 피하는 기업의 민낯. 3380만 명의 개인정보가 털린 지금, 쿠팡은 여전히 침묵을 고수한다. 앱 공지도 없다. 홈페이지 사과문도 없다. “문자 한 통 보내면 끝”이라는 듯 피해자들에게 순차적으로 발송된 짧은 메시지가 전부다. 국민 불안을 진정시키기 위한 설명도, 사죄도 찾아볼 수 없다.
국민은 선택권 없이 피해자가 되었다. 한 번 주문했던 휴면 계정마저 털렸다는 사례가 쏟아지고 있다. 이건 개인의 부주의가 아니라 기업의 총체적 실패이며, 국가 안보 수준의 정보 보호가 무너진 사건이다.
집단소송 모집은 하루 만에 수천 명을 넘겼다. 불신은 이미 임계점을 넘어섰다. 이제는 정부와 관계 기관이 나설 차례다.
민관 합동조사단은 즉시 전면 조사에 착수해야 한다. 경찰과 검찰은 강제 수사를 통해 유출·축소·은폐 여부를 모두 밝혀야 한다.
국회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전자상거래 기업의 정보보호 의무를 한층 강화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하나다.
쿠팡은 피해를 입은 전 국민에게 반드시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 그것이 최소한의 책임이며, 기업이 고객에게 가져야 할 기본 양심이다.
쿠팡은 “모든 것을 빠르게 만든다”고 자부해왔다. 하지만 이번 사태가 우리에게 남긴 것은 편리함이 아니라 공포이다.
대한민국의 3천만 명이 불안한 밤을 보내고 있다면, 그건 단순한 기업 사고가 아니라 사회 전체가 경계해야 할 위기다.
다시는 이런 참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국가와 사회는 엄정한 조사와 단호한 처벌로 응답해야 한다. 그리고 쿠팡은 단순한 사과문이 아니라, 전 국민 앞에 진정한 책임을 지는 모습으로 나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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