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아이=최치선 기자] 아이슬란드 레이캬비크의 올드 하버에 정박한 이 배의 이름은 Amelia Rose.
씨트립스(Sea Trips Reykjavík)가 운영하는 대형 요트로, 겨울이면 수많은 여행자들이 오로라를 보기 위해 이 배에 오른다.
2024년 1월, 나 역시 그중 한 사람이었다.
아쉽게도 오로라는 끝내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북풍이 강했고, 구름은 묵직하게 뒤덮여 있었다.
갑판 위에 서서 하늘을 올려다볼 때마다, 허공에는 희미한 어둠만이 출렁거렸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실망감보다 오래 남는 감정은 기묘한 평온함이었다.
엔진의 낮은 진동 너머로 들려오던 파도의 숨결,
그리고 영하의 공기 속에서도 살아 있는 듯 귓가를 스치는 바람.
그 바람은 비록 차가웠지만, 어떤 말보다 따뜻한 위로처럼 느껴졌다.
북극해 한가운데서 나는 묘하게… 세상에서 가장 고요한 방에 들어온 사람처럼
마음의 무게가 가볍게 풀려 나갔다.
Amelia Rose의 하얀 선체는 밤빛을 받아 금빛으로 반짝였고,
그 배는 마치 우리를 어딘가 새로운 세계로 데려가려는 듯
느리고 묵직하게 바다를 가르며 나아갔다.
우리가 찾던 오로라는 없었지만,
그 대신 ‘기다림’이라는 감정이 얼마나 따뜻한지 알게 된 밤이었다.
때로는 목적지보다 그곳까지 가는 과정이 더 큰 울림을 남긴다고 한다.
아이슬란드의 그 겨울밤,
시간이 한 참 지나서야 나는 비로소 그 말의 진짜 뜻을 이해했다.

![[최치선의 포토에세이] 북극해의 밤, 오로라 대신 떠오른 감정들](https://hodabgpnhciikfrpzais.supabase.co/storage/v1/object/public/article-photos/91be94e6-2f1b-4a76-80b8-85ab291542c9/00-legacy-cover-13079.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