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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에세이

[최치선의 포토에세이] 덕진공원의 밤을 건너며

최치선 기자
[최치선의 포토에세이] 덕진공원의 밤을 건너며

[트래블아이=최치선 기자] 덕진공원의 밤은 유난히 고요하다.

그 고요 속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수면 위에 가만히 떠 있는 연화정 도서관의 빛이다.
책장이 아닌 창문에서 흘러나오는 은은한 조명이
연못의 어둠 위로 잔잔한 물결처럼 번져간다.

 

덕진공원1.jpg
전주 덕진공원 야경(사진=최치선 기자)

 

마치, 오래전 잃어버린 문장을 다시 찾아주는

조용한 안내자 같다고 할까.
누군가 읽다 만 책의 마지막 페이지가
이곳에서 천천히 이어지는 것만 같다.

연화교의 곡선 위를 따라 걷다 보면
발밑에서 반짝이는 작은 등불들이
내가 지나온 시간들을 조용히 비춰준다.
말 한마디 없이 묵묵히 옆을 지켜주는 존재처럼
빛들은 흔들리지도, 떠들지도 않는다.

 

도서관을 비추는 노란빛은
도시에 지친 마음을 잠시 누울 수 있게 해준다.
오늘도 수많은 사람들이 스쳐 지나갔을 텐데,
이 풍경은 오히려 더 깊어지고 고요해진다.

도서관이 품은 따뜻한 온기가
사람의 마음을 닮아서일까.

잠시 멈춰 서서 물 위에 드리운 도서관의 그림자를 바라본다.

 

[크기변환]111109덕진공원2.jpg
덕진공원 연화교 야경(사진=최치선 기자)

 

그 순간 문득, 내 안에도
읽지 못한 이야기들이 얼마나 많았는지 깨닫는다.

덕진공원의 밤은 화려하지 않다.
그러나 그 잔잔한 어둠 속에서,
나는 오래된 문장 하나를 다시 발견한다.

 

“천천히, 그리고 조용히 살아도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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