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아이=김보라 기자] 경주시가 지난 29일 개최한 ‘제56기 열린시장실’ 프로그램이 지역 초등학생들의 큰 호응 속에 마무리됐다. 시정 체험과 생태 탐방을 결합한 이번 프로그램은 아이들이 지방자치를 몸으로 배우며 경주의 현재와 미래를 함께 고민하는 데 의미를 뒀다.
열린시장실은 경주시가 2019년부터 꾸준히 운영해 온 시민 참여형 행정 프로그램이다. 그동안 주로 시민 의견 수렴 창구로 활용됐으나, 최근에는 미래세대 교육의 장으로 확장되며 지역 내 초등학생들에게 ‘한 번쯤 참여해보고 싶은 체험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올해는 APEC 정상회의 개최 이후 경주의 도시 이미지와 관광 전략이 주목받으면서, 시정 체험 프로그램에 대한 관심도 자연스럽게 높아졌다.
이번 프로그램에 참여한 3~6학년 학생 20여 명은 시청을 직접 방문해 시장실과 주요 부서를 견학했다. 경주시는 행정 용어가 어려운 어린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시정 홍보영상을 재구성했고, 각 부서가 맡고 있는 역할을 생활 속 예시로 풀어 설명해 아이들의 이해를 도왔다. 행정 체험이 자칫 딱딱해질 수 있는 부분을 완화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날 가장 활기를 띤 시간은 ‘APEC 이후 경주시 정책’을 주제로 한 모의 회의였다. 아이들은 시장·부시장·부서장 역할을 맡아 경주의 관광, 교통, 환경 문제를 각자의 시각에서 재해석했다. 일부 학생은 보문호수 인근 보행 안전 문제를 지적하며 안전 펜스 확충을 제안했고, 또 다른 학생은 APEC 회의장을 찾았을 해외 인사들처럼 “경주가 세계에 다시 알려질 기회가 온 만큼 국제행사와 연계한 문화축제를 늘리자”는 의견을 내놨다. 현장에 있던 공무원들은 아이들의 상상력 넘치는 정책 제안에 연신 메모를 이어가며 경청하는 모습을 보였다.
체험은 시정 견학에 그치지 않았다. 학생들은 동궁원을 찾아 ‘꽃누르미 체험’과 식물원 탐방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동궁원은 경주 대표 관광 코스로, 열대·사막 식물을 비롯해 다양한 생태 전시를 갖춘 생태문화공간이다. 꽃누르미 체험은 지역에서 특히 인기 있는 가족형 프로그램으로, 아이들이 직접 채집한 꽃을 눌러 책갈피로 만드는 과정에서 자연의 색과 구조를 세심하게 관찰할 수 있다. 참가한 한 학생은 “식물도 도시도 우리가 어떻게 돌보는지에 따라 달라진다는 걸 알게 됐다”고 소감을 전했다.
경주시는 이번 프로그램을 단순한 견학이 아니라 ‘지역사회 이해 교육’의 연장선으로 해석하고 있다. 경주가 APEC 개최도시로서 국제 교류와 관광 산업의 확장을 준비하고 있는 시점에서, 미래세대가 시정을 경험하고 도시의 변화를 이해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큰 의미를 갖는다는 것이다.
주낙영 경주시장은 “아이들이 시정의 의미를 몸소 느끼고 정책을 고민해보는 뜻깊은 시간이었다”며 “앞으로도 어린이·청소년이 경주의 미래 설계 과정에 자연스럽게 참여할 수 있도록 기회를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열린시장실은 매월 넷째 주 토요일, 연 6회 운영된다. 참여를 희망하는 시민은 경주시청 홈페이지 ‘열린시장실’ 페이지에서 선착순 신청할 수 있다. 프로그램은 무료이며, 활동 확인증 발급도 가능해 학부모 만족도 역시 높다.
행정 체험과 생태 탐방이 결합된 이번 열린시장실은 경주의 매력을 새로운 방식으로 체험할 수 있는 ‘로컬 기반 교육여행’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APEC 이후 도시의 미래를 고민하는 어린이들의 시선은 경주의 변화 속도와 방향을 가늠하게 하는 또 다른 지표이기도 하다. 경주시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어린이가 지역사회 구성원으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환경을 지속적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