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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에세이

[최치선의 포토에세이] 아이슬란드 레이캬비크 시청 앞 호수에서

최치선 기자
[최치선의 포토에세이] 아이슬란드 레이캬비크 시청 앞 호수에서

[트래블아이=최치선 기자] 아이슬란드의 겨울은 시간을 아끼는 방식이 남다르다. 해가 떠 있는 시간이 고작 세 시간 남짓. 그래서인지 그 짧은 틈을 비집고 나오는 빛은 더없이 소중하고, 도시를 덮은 회색빛조차 어느 순간 은은하게 빛나는 듯 보인다. 레이캬비크 시청 앞 호수도 마찬가지다. 낮인지 해질 무렵인지 구분하기 힘든 빛 속에서, 호수는 잠든 듯 고요하고, 세상의 소음과는 멀리 떨어진 다른 시간대를 살아가는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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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캬비크 시청 앞 호수 풍경(사진=최치선 기자)

 

호수 위에 박힌 오래된 바위들 사이로 오리들이 느린 곡선을 그리며 지나간다. 바람 한 점 없어 잔잔한 수면을 스치는 저 부드러운 흔적들. 그들은 이 도시가 가진 가장 느린 호흡을 대신 보여주는 존재다. 회색 하늘 아래에서도 초연하고, 북풍이 몰아쳐도 서두르지 않는다. 그저 매일 이 자리에서 같은 길을 유영하며, 묵묵히 제 리듬으로 하루를 완성한다.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으면, 문득 마음 한켠이 정리되는 느낌이 든다. 여행길에서조차 우리는 너무 바쁘다. 다음 목적지, 다음 일정, 다음 사진. 하지만 이 호수의 오리들은 말한다. “서둘지 않아도 괜찮다”고. 인생의 많은 순간이 결국 흘러가는 물결처럼 제 속도대로 지나갈 것이라고.

 

짧은 아이슬란드의 겨울 낮, 그 짧음을 채우는 건 오히려 이런 느린 풍경이다. 회색빛 도시와 고요한 물결, 그리고 늘 그 자리에 있는 생명 하나.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이곳에 서 있으면, 세상은 여전히 고요하게, 단단하게, 자기 방식대로 흘러가고 있음을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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