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아이=문소지 기자] 강원 화천 어린이도서관이 오는 28일, 독서 포인트제 회원인 지역 유아·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책씨앗 시장’을 연다. 한 해 동안 독서로 쌓아올린 포인트를 화폐처럼 사용할 수 있는 행사로, 지역 어린이 독서문화 활성화를 위해 2021년 도입된 독서 포인트제가 만들어낸 대표 프로그램이다.
화천 어린이도서관이 운영하는 ‘책씨앗 시장’은 단순한 바자회가 아니다. 책 한 권을 읽고 남긴 기록이 작은 포인트가 되어 다시 아이들의 손으로 돌아오는 경험은, 도시형 프로그램과는 다른 지역 도서관만의 따뜻한 매력을 보여준다. 도서관은 “독서가 생활 안에서 실제 보상이 되는 순간을 만들어 주고 싶었다”고 설명한다.
독서 포인트는 초등학생과 유아 모두에게 주어진다. 초등학생은 책 한 권에 대한 독후감을 제출하면 책씨앗 1개를 적립할 수 있다. 미취학 유아의 경우, 가정에서 함께 읽은 책 10권을 ‘독서통장’에 기록하면 책씨앗 1개를 받는다. 종이 통장을 도장을 채우듯 채워가는 방식은 부모와 아이가 함께 참여하는 가족 독서 문화를 자연스레 형성해왔다.
이날 열리는 책씨앗 시장에서는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학용품, 캐릭터 장난감, 파우치 등 문구류부터 간단한 먹거리까지 마련된다. 도서관이 준비한 ‘핫도그·음료 스탠드’는 장터의 분위기를 더하는 인기 코너로, 지난해에도 줄이 끊이지 않았다는 게 지역 학부모들의 전언이다.
화천군은 코로나19로 도서관 운영이 장기간 제한되던 2021년, 아이들의 독서가 끊기지 않도록 독서 포인트제(책씨앗 제도)를 도입했다. 초기에는 온라인 독후 활동 중심으로 운영됐으나, 대면 프로그램이 재개되면서 어린이도서관과 사내도서관 등 군이 운영하는 공공도서관 전체로 확대됐다. 이후 다양한 체험 활동과 교육 프로그램이 추가되면서 독서 포인트제는 지역 아동 문화정책의 핵심 사업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화천은 강원 북부 지역 중에서도 인구 대비 어린이 도서관 이용률이 높은 곳으로 알려져 있다. 화천 어린이도서관은 독서 포인트제 외에도 주제별 독서 프로그램, 아트 클래스, 자연 생태 교육, 겨울방학 독서교실 등 연중 행사를 이어가며 공공도서관의 역할을 강화해왔다. 2008년 개관한 이 도서관은 아이 중심 공간으로 설계돼, 도서 열람 공간·체험실·놀이형 프로그램실이 모두 연결된 구조를 갖추고 있다.
학부모와 지역 교사들 사이에서도 책씨앗 시장은 “책을 읽는 이유가 자연스럽게 생기는 행사”라는 평가를 받는다. 스스로 포인트를 모아 장터에서 원하는 물건을 고르는 경험이 아이들에게 ‘책 읽기–보상–선택’이라는 긍정적 순환을 만들어 준다는 것이다. 한 지역 교사는 “책을 읽고 끝나는 게 아니라, 독서가 생활의 일부라는 감각을 아이들이 체감하는 행사”라고 말했다.
화천군 관계자는 “독서 포인트제와 책씨앗 시장은 지역 아이들에게 독서 습관을 만들어주는 중요한 출발점”이라며 “앞으로도 교육·문화·체험을 아우르는 다양한 도서관 프로그램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겨울을 앞둔 11월 말, 화천 어린이도서관에 모이는 작은 발걸음들은 책과 가까워지는 시간을 만들어낸다. 책씨앗을 손에 쥔 아이들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한 해의 독서 여정을 마무리하고, 장터에서 또 다른 설렘을 채워 넣는다. 독서가 일상이 되는 도시, 화천이 가진 조용한 힘은 바로 이런 작은 장면에서 자라나고 있다.

